경제·금융

'도청테이프' 둘러 싼 새로운 의혹 증폭

원본의 원본, 일련번호 추적도 관심…내용 분석 더딜 듯

안기부 불법 도청 테이프 유출을 주도한 재미교포 박인회씨와 전 안기부 미림팀장 공운영씨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테이프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커지고 있다. 검찰 주변에서 제기되는 가장 큰 의혹은 국정원이 공씨로부터 회수한 테이프는261개이지만 검찰이 공씨로부터 압수한 테이프는 274개인 점부터 석연치 않다는 점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삼성의 불법 정치자금 관련 테이프는 `짜깁기'됐을 가능성이 있어 원본의 원본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검찰이 도청 테이프를 언론에 유출한 재미교포 박인회(구속)씨로부터 압수한 도청테이프 내용을 담은 CD 2장과 녹취보고서 3건도 CD 저장 용량 때문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논란이 되고 있는 반납 테이프와 압수 테이프의 개수 차이에 대해 공씨 측은 안기부에서 빼돌린 테이프 중 잡음만 녹음된 것은 반납하지 않았고, 복사 과정에서 길이가 달라졌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남는 13개의 테이프가 미림 해체 이후 개별적으로 제작된 테이프일 수있다는 의혹이 비교적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 정부 들어 불법도청이 힘들어 지자 미림팀을 이끌었던 공운영씨가 상부의 통제를 벗어난 상태에서 거물급 인사들의 대화내용을 담아 개인적으로 보관해오다 검찰에 압수당했을 개연성이 높다는 얘기다. 테이프 자체의 제조 연도가 서로 차이가 난다면 이런 추론의 신빙성이 높지만 수년간 추가로 만든 테이프가 13개 정도에 불과하다는 점에 비춰 공씨의 추가 도청을 의심하기에는 무리라는 반론도 있다. 테이프의 `편집'을 통한 내용의 조작 가능성도 높은 설득력을 갖고 있다. 일례로 삼성의 기아차 인수와 관련해 1997년 당시 홍석현 전 중앙일보 사장과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의 대화를 담은 이른바 안기부 X파일의 일부 내용이 조작된 것으로 의심받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다. 홍 전 사장에게 "삼성이 갖고 있는 복안을 당당하게 밝혀 공론화하면 당 정책위에 검토시켜 가능한 한 도와줄 것"이라고 말한 측은 당초 이회창씨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사실은 김대중 후보인 것으로 나중에 밝혀졌다. 박인회씨가 검찰에 반납한 CD에 담긴 내용을 둘러싼 의구심도 나오고 있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CD의 용량은 700MB이다. 목소리는 1MB에 4분 가량을 담을수 있기 때문에, 120분짜리 음성 테이프를 CD에 그대로 저장하더라도 30MB 정도면충분하다. CD 1장이면 120분짜리 테이프를 최대 20개 정도 복사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런데도 박씨는 90분짜리 녹음테이프를 CD 2장에 나눠 복사하고, 2장의 CD를집과 은행 금고에 따로 보관한 것은 모종의 의도가 있었는 게 아니냐는 시선이 형성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문제의 테이프와 같은 내용으로 보인다. (양이 많아서) CD 1장에 못 넣으니까 2개에 나눠서 넣었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이와 관련, 박씨가 공씨로부터 `알짜' 테이프를 건네받아 CD 2장에 복사한 것아니냐는 의혹마저 나오고 있지만, 박씨측은 공씨로부터 테이프 1개만을 받아 복사한 뒤 돌려줬고 더는 테이프가 없다는 주장을 한결같이 펴고 있다. 검찰은 이 CD 제작에 사용된 원본 테이프가 따로 있을 것으로 보고 박씨의 미국가족을 설득해 테이프 회수에 나섰다. 한편 검찰이 압수한 테이프와 녹취보고서는 내용이 상당 부분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져 테이프 분석에 투입된 인원이 2~3명인 점을 감안하면 일일이 분석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이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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