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명품 사니? 난 명품 지수 보고 투자한다.' 사치품 시장이 활황세를 타면서 명품 업체들로만 구성된 '명품 지수(럭셔리 인덱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 세계적으로 명품 바람이 불면서 메릴린치와 골드만삭스 등 굴지의 투자은행들이 고가의 핸드백, 고급 자동차 생산업체, 호화 리조트, 와인, 미술품경매 업체들을 포함시킨 명품 지수를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이들 지수들은 기존의 일반 소비재 업체들로 구성된 지수보다 월등히 높은 상승률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분석돼 투자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메릴린치는 지난 13일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명품 브랜드만을 엄선해 'ML 라이프스타일 지수'를 출범시켰다. 이 지수에는 루이비통의 모회사인 LVMH를 비롯해 고급 스포츠카 제조업체인 포르셰, 보석업체인 티파니, 미술품 경매회사인 소더비 등 부유층들이 즐겨 찾는 업체들 50개가 포함됐다. 이에 앞서 독일 증권거래소인 도이체뵈르제도 프랑스 투자은행인 BNP파리바와 손잡고 지난 2월 불가리와 에르메스 등 고급 브랜드들을 만드는 업체들만 포함시킨 '월드 럭셔리 지수'를 선보였다. 씨티은행도 명품 업체들의 주가를 추종하는 '플루토노미 지수'를 발표했고, 골드만삭스도 이와 비슷한 '하이엔드 컨슈머 지수'를 내놓았다. 명품 지수는 일반 소비재 지수보다 높은 상승률을 자랑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메릴린치에 따르면 ML 라이프스타일 지수는 2000년 1월을 기준으로 2005년 23%, 2006년 12.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소비재업종의 대표 지수인 모건스탠리의 MSCI 세계 소비자 주문 지수의 상승률을 각각 9%포인트, 5.5%포인트 웃도는 것이다. 도이체뵈르제의 월드 럭셔리 지수 또한 2001년을 기준으로 6년동안 연평균 14%의 상승률을 기록한 것으로 추산됐다. 명품 지수들이 잇따라 출범하는 것은 최근 중국과 러시아 등지에서 신흥 부유층이 쏟아져 나온 데다 부자들의 전유물이던 명품이 일반 대중들에게도 크게 어필하면서 명품 제조업체들의 수익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실제 세계 최대 명품업체인 LVMH는 지난 해 순익이 30억5,200만유로(약 3조8,600억원)로 전년 대비 21% 뛰었다. 또 구찌 등을 소유하고 있는 프랑스 PPR그룹도 순익이 전년 대비 20% 늘어난 12억7,400만유로를 기록했다. 도이체뵈르제의 하르트무트 그라프 분석 팀장은 "고가의 물건을 마음대로 구매할 수 없는 소비자들도 럭셔리 인덱스를 통해 어느 정도는 전세계적인 명품 붐에 따른 수익을 공유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