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에너지 가격왜곡이 부른 전력비상

전력소비가 급증하면서 정전사태가 우려될 정도로 전력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전력 문제가 심각해지자 정부는 12일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상황이 악화할 경우 일부 지역에 정전이 발생할 수도 있다"며 "값싸고 편리한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해서는 국민의 협조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근본원인을 제쳐놓고 협조를 호소하는 담화문이 사태해결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전력부족 사태가 우려될 정도로 전력소비가 급증하고 있는 것은 한파가 지속되면서 난방용 전력사용이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난방전기온풍기와 전기히터 등의 전기난방기 사용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처럼 난방용 전력사용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다른 에너지 가격에 비해 전력 가격이 싸기 때문이다. 도시가스와 등유 가격의 경우 지난 2004년 대비 45% 오른 반면 전기요금은 13% 상승에 그쳐 최고급 에너지인 전력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올 겨울 난방용 전력수요는 1,700만kW에 달해 전체 난방용 에너지 소비의 24%를 차지하고 있다. 2004년 겨울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경기회복으로 전력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산업용 전력 소비량이 늘고 있기도 하다. 이에 따라 예비전력량이 위험수준인 400만kW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관측된다. 만약 전력공급이 달려 정전사태가 발생할 경우 생산차질을 비롯해 엄청난 피해가 불가피하다. 이 같은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왜곡된 에너지 가격체계를 바로잡아야 한다. 고급 에너지인 전력 가격이 석유ㆍ가스등 1차 에너지보다 저렴한 잘못된 가격구조를 그대로 두고서는 전력 과소비를 개선하기 어렵다. 국민의 협조를 구하는 담화문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차제에 전력요금 체계 전반에 대한 검토를 통해 에너지소비구조의 변화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 특히 가정용은 비싸고 사업용은 저렴하게 공급하는 경제주체 간 교차보조금제도를 없애고 누진율을 강화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녹색성장 패러다임에 걸맞게 전력을 산업정책 또는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는 관행부터 고쳐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원전을 비롯한 발전소 건설계획을 앞당겨 추진함으로써 전력공급 능력을 조기에 늘려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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