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하이닉스 매각 완전히 '안개속으로'

독자생존땐 2조 추가지원등 불투명…재협상도 한계하이닉스반도체 매각이 완전히 안개국면으로 빠져들었다.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무리한 인수조건을 요구함에 따라 정부와 채권단, 심지어 일부 반도체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독자생존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독자생존은 반도체가격의 지속 상승을 장담할 수 없는데다 2조원 가량의 자금을 새로 투입해야 하는 부담이 따라 쉽게 결정하기 힘들다. 이에 따라 채권단은 마이크론의 요구를 수정한 매각조건을 역(逆) 제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재협상은 극히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만 가능해 딜레마에 빠진 상황이다. ◇ 채권단 몫, 사실상 '제로' 마이크론의 인수조건은 하이닉스를 거저 가져가겠다는 속셈이다. 40억달러의 인수가격에서 각종 인수조건을 모조리 감안하면 채권단에 돌아올 몫은 거의 없다. 특히 마이크론이 요청한 신규대출분 15억달러 중 '30년 만기 2%' 조건의 후순위채 인수(4억달러) 요구는 공짜로 돈을 빌려달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하이닉스 소액주주들도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 헐값매각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채권단의 한 고위관계자는 "마이크론의 제안을 액면 그대로 채권단 회의에 올릴 경우 부결될 게 뻔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마이크론에 역제안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나 이는 현실적으로 힘들다. 마이크론이 인수가격(40억달러)을 '최고가격(headline price)'이라고 명문화한데다 나머지 부분도 극히 제한된 범위에서만 협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재협상에 들어갈 경우 상당 시간이 필요하다. ◇ 독자생존 가능한가 마이크론으로의 매각을 포기하면 현실 가능한 대안은 '독자생존'과 '삼성전자로의 매각' 등 두가지. 독자생존론에 대해서는 양론이 팽팽하다. 독자생존을 주장하는 측은 급상승세를 타고 있는 D램 시황에 바탕을 둔다. 128메가 D램의 고정거래가는 상반기 평균 4달러에서 하반기에는 4.75달러로 19% 상승할 전망이다. 4.5달러를 넘으면 이자비용까지 포함한 경상흑자가 가능하다. 기술경쟁력도 마이크론보다 높아 인피니온 등 다른 업체와 기술ㆍ개발 등의 제휴와 부채만 해결되면 1조원 미만으로도 자력 갱생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아직은 독자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강한 게 사실이다. 최석포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독자생존은 2~3년 동안의 반도체 상승세와 채권단의 지속적인 자금지원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두가지 모두 현실적으로 보장하기 힘든 부분들이다. 가격의 경우 지금은 감산여파와 메이저 업체간 공조로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경쟁업체들이 기술 업그레이드를 마무리하고 하반기께 12인치 웨이퍼 등에 대한 양산체제에 들어가면 다시 하락세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은 까닭이다. 이와 함께 은행권이 막대한 부실을 각오하면서 2조원 규모의 추가 지원에 나설지도 불투명하다. 무엇보다 하이닉스가 또 부실화하면 막대한 공적자금 투입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부담이다. 김영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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