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방화 범인, 범행 다음날 태연히 고스톱판에

토지보상 불만… 2년전 창경궁 문정전에도 불질러<br>두차례 사전답사하기도

국보 1호인 숭례문 방화는 10년 전 토지보상 불만과 과거 방화사건에 대한 법원 판결에 불만을 품은 채모(70)씨의 소행으로 밝혀졌다. 숭례문 방화사건을 수사 중인 합동수사본부는 12일 서울 남대문경찰서에서 브리핑을 갖고 피의자 채씨로부터 범행 일체를 자백받은 뒤 이날 오후 숭례문을 전소시킨 혐의(문화재 보호법 위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채씨는 지난 1997~1998년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 있는 자신의 토지가 재개발되는 과정에서 시공사로부터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하자 이에 대한 불만으로 범행에 나선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채씨는 같은 이유로 2006년 4월 창경궁 문정전에서 불을 지르는 등 동종전과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채씨는 이 일로 문화재보호법 위반으로 징역 1년6개월,집행유예 2년, 추징금 1,300만원을 선고받고 풀려났지만 추징금을 내지 못하고 형편이 쪼들리자 상대적으로 감시가 허술한 숭례문 방화를 계획하고 두 차례에 걸쳐 사전 답사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조사결과 채씨는 10일 오후8시45분께 숭례문 서쪽 비탈로 올라가 접이식 알루미늄 사다리를 이용해 건물 안으로 침입, 2층 누각으로 올라가 1.5리터 페트병에 담아온 시너를 바닥에 뿌리고 일회용 라이터로 불을 붙여 숭례문 1ㆍ2층을 전소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서울 남대문경찰서로 압송된 채씨는 “국민에게 미안하고 가족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11일 오후7시40분께 이천시 강화군 하점면 장정2리 마을회관 앞 길에서 채씨를 만나 우선 임의 동행한 뒤 당일 행적 등을 집중 추궁한 끝에 범행 일체를 자백받고 8시15분께 긴급 체포, 서울로 압송했다. 채씨는 방화 다음날인 11일에도 평소와 다름없이 동네 마을회관에서 주민들과 함께 태연하게 고스톱을 즐긴 것으로 알려졌다. 최순식 장정2리 이장은 “2006년 9월 강화로 이사온 채씨는 다른 노인들과도 잘 지냈다”며 “평소 술ㆍ담배를 전혀 하지 않아 채씨에게 그런 사정이 있는 줄 전혀 몰랐다. 솔직한 사람으로 보였는데 왜 그런 짓을 저질렀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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