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한탕주의' 만연한 한국사회

‘바다이야기’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대되고 있다. 검찰 수사의 초점은 사행성 게임 심의와 경품용 상품권 인증과정의 로비 의혹에 모아지고 있다. 검찰 수사에 따라 로비와 비리 의혹이 밝혀지겠지만 검찰 수사와는 별개로 바다이야기가 우리 사회에 미친 폐해는 쉽게 치유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바다이야기 사건은 우리 사회에 ‘한탕주의’가 얼마나 만연해 있는지를 다시 한번 각인시켜줬다. 사행성 성인게임에 빠져 금전적인 피해는 물론 가정과 직장을 잃은 사람들도 그렇지만 “두세 달이면 본전을 뽑고도 남는다”며 너도나도 사행성 성인게임장을 차린 사람들은 수억원의 돈을 날릴 상황에 처했다. 사건이 터지고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와중에서도 서너 달 장사를 바라보고 게임장을 오픈하는 ‘배짱’ 두둑한 업주도 있을 정도다. 기자는 지난해부터 서울시내 주요 상권을 중심으로 성인게임장이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나는 것을 보고 필시 이들 사업장이 폭력조직과 연관돼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지방 중소도시나 심지어 군단위 농촌지역에도 성인게임장이 들어서는 것을 보고 생각이 달라졌다. 성인게임장은 돈만 있으면 누구나 차릴 수 있는 ‘유망 창업 아이템’이었던 것이다. 웬만큼 경쟁력 있는 아이템이 아니고서는 돈 벌기 힘든 최근의 창업시장에서 바다이야기 같은 성인게임장은 ‘초대박 아이템’에 다름 아니었다. 한달에 수억원의 순익을 낼 수 있다는 유혹에 넘어가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경기가 나빠지면서 바다이야기 같은 성인게임장뿐 아니라 광고를 내세워 가맹점을 모집한 뒤 ‘치고 빠지는’ 체인 본사가 다시 활개를 치고 있다. 한탕을 노린 ‘떴다방식’ 프랜차이즈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기존 자영업자들은 물론 예비 창업자들도 충분한 시장조사와 철저한 준비 없이 ‘장사가 된다’는 말만 듣고 업종을 변경하고 가맹점을 내고 있다. ‘메뚜기도 한철’식의 ‘묻지마 창업’의 피해는 고스란히 자영업자 자신에게 돌아온다. 노무현 대통령은 바다이야기 파문 이후 “도둑을 맞으려니 개도 안 짖더라”며 사행성 성인게임에 대해 작동하지 않은 경고 시스템을 언급한 바 있다. 경고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곳은 비단 청와대뿐만이 아니다. 전문가들이 즐비한 창업시장도 경고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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