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사태로 출렁이던 국내 금융시장이 일단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 지난달 27일 이후 종합주가지수는 회복국면에 접어들었고 금리 역시 하향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우려했던 자금시장의 혼란 또한 어느 정도 고비를 넘기고 있다.기관투자가들을 중심으로 한 환매요구로 투신사들이 자금난을 겪을 경우 환매조건부로 채권을 매입하거나 통화안정증권 등을 사들여 저금리기조가 유지되도록 투신사에 최대 20조원을 공급키로 한 금융시장안정대책이 발표된 후의 일이다.
시장의 충격이 이처럼 신속히 잦아든 데는 적극적인 정부의 대응이 주효했다고 본다.
이번 금융시장안정대책 발표의 효과는 지난 97년 기아사태 때와 비교해 신속한 정부의 대응이 금융시장 안정화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사례라고 하겠다.
사태가 표면화하기 전 시장에 이미 소문이 파다했던 일에 대해 초기에 미온적으로 대응함으로써 그 파장을 경제 전반으로 일파만파 확대시켰던 기아사태 때와는 달리 이번 대우사태는 정부의 문제인식이 비교적 빨랐다.
정부는 이번 문제를 처음부터 심각하게 인식해 명확한 처리방향을 갖고 대응했으며 그 결과 대우의 부실이 경제 전체의 부실로 옮아갈 가능성을 줄여 시장의 불안을 초기에 진정시킨 것이다.
바둑을 두는 데 있어 처음 시작할 때 돌을 벌여놓는 것을 포석(布石)이라고 한다. 포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향후 경기의 방향이 결정된다.
초기에 무의미한 포석을 둔다면 경기에서 낭패를 보기 십상일 뿐 아니라 경기의 주도권까지 놓칠 수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포석은 경기에 있어서 상대방과 승부를 결정하는 기초요, 내 집을 짓기 위한 주춧돌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