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장마가 끝나고 무더위가 시작되면 바야흐로 휴가철에 접어든다.
휴가 계획을 세우며 가족이나 친구들과 산으로, 바다로 떠나는 즐거움에 들뜨는 계절이 온 것이다. 여유가 있는 이는 해외로 떠나라고 신문 광고에서는 해외 여행을 부추기고 있다. 하지만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거나 일이 바빠서 훌쩍 떠나기가 어려운 사람들도 많다.
휴가 계획으로 고민하는 분들을 위해 올여름 휴가를 멋지게 보내는 아이디어를 제안해본다.
휴가를 박물관에서 보내는 것이다. 첫째, 박물관은 냉방이 잘돼 있어서 시원하다. 둘째, 입장료와 간단한 점심이면 큰 돈이 안 든다. 셋째, 보고 싶었던 그림ㆍ도자기ㆍ민속품을 감상할 수 있다. 넷째, 우리 문화에 대한 교양을 높일 수 있고 다섯째, 가족과 함께 부담 없는 나들이로 자녀 교육과 가정의 화목을 다질 수 있다. 끝으로 문화에 대한 지식이 늘면서 새로운 취미를 살려내 교양 높은 시민이 되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일상 생활에 쫓기다 보면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가보지 못하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박물관을 학생 때 가보고 60세가 넘도록 간 일이 없었다는 사람이 허다하다. 해외 여행을 가도 명승지나 풍광 위주의 관광으로 끝나고 박물관ㆍ미술관은 여행 스케줄에 넣지도 않는다.
근래에는 국민소득의 향상에 따라 문화적 소양이 있는 사람들이 국내외를 막론하고 특별기획으로 문화 탐방 여행이 많아지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10년의 긴 공사 끝에 지난해 10월 용산에서 개관됐다. 박물관의 규모가 동양 최대요, 세계에서 여섯번째라 한다. 방대한 문화재가 새롭게 진열돼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다. 진열품을 수시로 바꾸며 특별전을 곁들여 열고 있다.
국립박물관은 경주ㆍ부산ㆍ대구ㆍ광주ㆍ청주ㆍ공주ㆍ부여ㆍ전주ㆍ춘천ㆍ김해ㆍ진주 등에 있고 서울시립미술관ㆍ역사박물관ㆍ전쟁기념관ㆍ현대미술관 외에도 고궁박물관ㆍ민속박물관이 경복궁 안에 있다. 또한 각 대학박물관과 사립전문박물관도 볼 곳이 많다. 서울대학교의 규장각을 비롯해 고려대ㆍ이화여대 등은 최근 새 건물에 풍부한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박물관에서 우리의 전통문화를 접하다 보면 문화민족으로서의 긍지를 느끼고 옛 문화에 대한 소양이 높아진다. 박물관을 한번이 아니라 100번쯤 가보면 안목이 높아지고 문화가 보이기 시작한다. 올여름 휴가 때는 박물관에 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