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입장차 커 실무급 조율 난항… 정상들 통 큰 결단만 남아

[서울 G20 정상회의] 최대 이슈 환율·경상수지<br>재무차관들 4%룰·美 양적완화등 싸고 격론<br>사흘간 얼굴 붉히며 밤샘회의…공전만 거듭<br>"극적효과 노려 회의 마지막에 타결될것" 분석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무대인 서울 COEX는 이미 '총성 없는 전쟁터'로 변해 있다. 상당 부분의 의제에서 합의점을 찾았지만 정작 이번 정상회의의 최대 이슈인 환율 및 경상수지 문제를 두고는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각국은 자신들의 입장만을 고수하고 있고 정상회의를 불과 몇 시간 앞둔 11일 새벽까지도 격론을 펼쳤다. 당초 합의가 어려울 것으로 알려졌던 경상수지 목표제(4% 룰)도 다시 도마 위에 올랐고 미국의 양적완화를 G20 차원에서 감시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왔다. 서울선언문 초안은 이미 지난주 나왔지만 사실상 처음부터 다시 쓰여지고 있는 셈이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90%는 합의됐는데 남은 10% 때문에 다른 이슈들이 모두 묻힐 수 있다"며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문제라 실무선에서 양보를 요구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환율ㆍ경상수지 놓고 벼랑 끝 논의=정상회의 선언문을 만들기 위한 재무차관회의는 사흘째 밤샘 회의를 이어갔다. 가장 첨예한 이슈인 환율 문제를 놓고는 '전쟁 중'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살벌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환율 문제 해소를 위한 경상수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 위해 조율을 시도했으나 첨예한 입장 차만 확인하는 데 그쳤다. 대표단들의 언성이 높아지면서 서로 얼굴을 붉히는 등 회의장에서 위태로운 상황마저 연출됐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김윤경 G20정상회의준비위원회 대변인은 "G20 차관회의에서 경상수지 가이드라인, 미국의 양적완화 조치, 경쟁적 환율절하 자제 등 모든 문제가 테이블에 올랐으나 각국의 입장 차가 심해 결국 관련 부문을 공란으로 남겨둔 채 회의를 마쳤다"고 전했다. 각국 대표단은 서로 양보할 것으로 알려졌던 이슈들도 일제히 제기했다. 미국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것으로 여겨졌던 경상수지 4% 목표제를 다시 들고 나왔고 중국은 미국 등 기축통화국이 양적완화 같은 의도적 통화절하를 시도할 경우 G20 차원에서 감독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대변인은 "차관들은 본국에서 굉장히 강한 훈령을 받아왔기 때문에 회의에서 조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환율 문제가 더욱 미궁으로 빠지는 분위기다. ◇정상들의 '통 큰' 결단이 필요=환율 문제는 결국 정상들 간의 통 큰 결단으로 합의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대부분 이슈들이 이미 결론이 난 상황에서 환율 문제만큼은 정상 간의 합의로 타결돼야 회의가 더 큰 주목을 받고 극적인 모습을 연출할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익명을 요구한 회의 관계자는 "G20이 단순히 사진만 찍고 가는 회의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가장 중요한 이슈는 결국 정상회의 마지막에 타결될 것"이라고 밝혔다. G20 회원국들은 이미 경주 재무장관회의에서 시장결정적 환율제도와 경상수지 제한에 대한 예시적 가이드라인 제시에 합의된 만큼 서울 정상회의에서는 이보다 진전된 내용이 발표돼야 한다는 점에 공감하고 있다. 문제는 방식인데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은 과다한 무역흑자나 적자를 감시할 '조기경보 체제'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경상수지 불균형을 감시하고 이를 줄이기 위한 협력적 조치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IMF에 맡길 것을 제안한 상황. 때문에 정상 간에도 합의가 안 된다면 단순히 합의 시한만 정할 가능성이 높고 극적인 합의가 이뤄질 경우 경상수지 목표제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과 일정까지 개괄적으로라도 제시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완벽한 합의의 결과물을 도출하는 작업은 다음 프랑스 회의로 넘기더라도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최대한의 구체적인 산물을 도출하기 위한 작업이 선언문 작성 직전까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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