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스마트카드의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인 선배 사원 취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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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N '롤러코스터' 중 직장 상사에게 야단맞는 신입 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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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사 문을 나서는 직장인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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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 사원: 책상 서랍에 넣어둔 홍삼 드링크를 맘대로 꺼내먹더니 이젠 내 아이디어까지 제것으로 꿀꺽 삼켜버려요. 내 아이디어를 자신의 기획안인 양 떠벌이는 꼴이 정말 눈꼴 시려요. 더 가관인 건 중학교도 제대로 안 나왔는지 서류에 영어 단어만 들어가면 시도 때도 없이 불러 번역을 시켜요. 내일이라도 부장 면전에 사표를 던져버리고 싶지만 취직한 날 사법 고시에 합격한 것처럼 기뻐하던 어머니 얼굴이 생각나서 그럴 수도 없어요.
#부장: 요즘 것들은 예의라고는 손톱만큼도 찾아볼 수가 없어요. 눈이 마주쳐도 인사 안 하는 건 기본, 회식 자리에서 고기 뒤집는 일도 시킬 때까지 안 해요. 지각을 면할 정도로 겨우 출근해서는 삼삼오오 커피 마시러 나가고, 회식 땐 여자 친구가 왔다며 먼저 자리 뜨기 예사고, 워크샵에선 감기 기운 있다며 뒷정리도 안하고 먼저 들어가 누워요. 일일이 잔소리하기도 치사하고 말 안하자니 화병이 날 지경이에요. 대학에선 뭘 가르쳤나 몰라요. 가능하기만 하다면 대학에 '인격 미달' 애숭이들을 도로 '반품'하고 싶은 심정이에요.
직장에서 흔히 부장이 신입 사원에게, 혹은 신입 사원이 부장에게 갖게 되는 불만과 오해를 케이블 TV 프로그램 '남녀탐구생활' 스타일로 재구성한 내용이다. 어느 직장이나 상사와 부하 직원간 갈등은 있기 마련이지만 신입 사원들이 직속 상사에게 갖는 불만은 결국 우리 사회의 조직 문화에 대한 근본적인 실망, 나아가 세대간 대립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직장 상사에 대한 불만과 실망감이 누적돼 낙타가 바늘 구멍 들어가기보다 어렵다는 취업 문을 뚫은 신입 사원들이 퇴사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목격된다. 실제로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직장인 75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직속 상사와의 불화 때문에 퇴사나 이직을 생각해본 적이 있냐는 질문에 직장인 5명 중 4명 꼴(76.8%)로 '그렇다'고 답했다.
상사와의 불화가 생기는 이유로는 '업무 지시에 일관성이 없어서'(37.6%)가 1위에 올랐으며 상사 본인의 업무에 무능하거나 소홀해서(28.8%), 인격적으로 불쾌하게 대해서(23.8%) 등도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전문가들은 조직내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직장 상사는 팀장으로서, 신입 직원은 팀원으로서 각자 요구되는 덕목을 갖춰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댄 보빈스키는 '함께 일하고 싶은 팀장'(비전과리더십 펴냄)이라는 저서에서 "열정적으로 움직이는 팀을 만들고 싶다면 팀원 한 사람 한 사람의 내면을 들여다봐야 한다"며 "직원이 회사를 떠나는 이유는 연봉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열정을 쏟을 기회가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들어서는 조직의 영속을 위해 구성원의 팔로워십(Followershipㆍ제대로 따르는 기술)도 중요 덕목으로 꼽히는 만큼 신입 사원들의 적극적인 자세도 필요하다. 저명한 조직관리 학자인 카네기멜론 스쿨의 켈리 교수는 "조직의 성공에 리더가 기여하는 것은 많아야 20% 정도이고 나머지 80%는 팔로워들의 기여"라고 단언한다.
'팔로워십, 리더를 만드는 힘'(한스미디어 펴냄)의 저자 신인철 씨는 "진정한 팔로워는 리더에게 모든 초점을 맞추기보다 자신이 속한 조직, 그가 조직에서 수행해야 할 일에 더 초점을 맞추고 살아간다"며 "리더의 일방적인 지시에 휘둘리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대안을 제시하고 때로는 리더의 부족한 곳을 보완해주며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해 나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세상의 패러다임이 급격히 변화하는 한국 사회에서 유교적 권위주의와 자본주의의 효율성이 팽팽히 공존하는 직장 내의 신입 사원과 부장들은 상대방에 대해 어떤 생각을 담고 살아가는지 알아봤다.』
"지난 1년 동안 기억 나는건 직장 상사의 실수를 대신 수습한 것 밖에 없어요. 그 중에는 윗선에 보고해선 안되는 것들이 많아 거래처와 따로 만나 겨우 수습한 경우도 있고, 토익 대리시험도 봐 준 적도 있습니다. 무능력하고 보신주의적이죠. 무슨 일 터지면 부하직원 탓하고…"
"요즘 신입 사원은 의사 표현이 분명하고 자기 시간에 대한 권리 주장도 확실하지만 업무에 대한 책임감이 부족한 건 사실이야. 불평불만은 왜 그렇게 많아? 회식 자리도 직장 생활의 연장인데 자기들 취향에 맞지 않으면 이 핑계 저 핑계 대고 빠지고 말야, 너무 개인적이야. 선공후사 몰라?"
'꼰대'아닌 멘토 '뺀질이'아닌 멘티가 돼라
■ 부장 vs 신입사원 탐구생활
무능력·보신주의 처신하는 상사 '기피 1순위'
시키는 일만 하고 다른 일 안하는 사원 질색
서로 다른 성장배경 배려하고 장점 인정해야
부장님, 정말 실망이예요!
신입 사원으로 보낸 1년이 어땠냐는 물음에 최재형(27ㆍ이하 가명) 씨가 처음 내뱉은 말은 "지난 1년간 정말 힘들었다"는 한숨 섞인 넋두리였다. 지난해 대기업 상사에 입사한 최 씨는 "직장 상사의 실수를 대신 수습하는 게 지난 1년간 내 일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며 "그 중에는 윗선에 보고해선 안 되는 것들이 많아 거래처와 따로 만나 겨우 수습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 대형은행에서 근무하는 오정석(30) 씨는 지점장과 팀장이 필수로 수강해야 하는 외국어 연수 수업을 대신 들어줬다. 심지어 토익 대리시험도 봐 준 적도 있다. 오 씨는 "영어 실력이 부족한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자신들의 연수나 시험 조차 신입한테 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고 항변했다.
그는 특히 사적인 부탁을 아무 망설임 없이 하는 선배들의 태도에 실망할 때가 많다고 한다. "지점장이 자기 아들 과외 선생을 구해달라는 부탁을 했는데 시간이 없어서 못 구해줬어요. 그랬더니 그때부터 자질구레한 일을 집중적으로 시키더군요. 사적인 감정이 공적인 일에까지 전가됐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니까 회사 다닐 맛이 딱 사라지더라구요."
지난 해 하반기 모 광고 대행사에 입사한 이진석(28) 씨는 쓸만한 아이디어를 무조건 날치기하는 부장의 행태에 화가 치밀어 오른 일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이 씨는 "얼마 전에 내가 발제한 아이템에 부장 이름을 함께 올려 본부장에 보고했길래 부장한테 따졌다. 그랬더니 부장이 그건 업계의 오랜 관행이라며 오히려 나를 나무랐다. 수십 대 1의 경쟁을 뚫고 들어왔지만 부하 직원의 아이디어나 도둑질하는 이런 곳에서 일하고 싶은 생각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신입 사원이라는 이유로 개인적인 심부름까지 시키는 경우도 심심찮다. 대기업에 입사한 최철호(29) 씨는 지난 1년 간 회식 다음날만 되면 아침마다 해장국 집과 구두방으로 심부름을 다녀온다. 속이 불편하다는 부장을 위해 직접 해장국집에 가서 식사를 테이크 아웃(take-out)해오는 것. 또 급히 나오느라 구두를 닦지 못했다며 구두방에 다녀오라는 심부름도 아무렇지 않게 시켰다.
최 씨는 "개념 없는 심부름을 시키는 부장도 문제지만 신입이라면 거쳐야 할 단계라며 나쁜 관행을 당연시하는 선배들이 더 문제인 것 같다"며 "취업 자체가 힘드니 참고 지내지만 다른 회사에 채용만 되면 미련 없이 사표를 던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8년 은행에 입사한 박정현(30) 씨는 출근한 지 며칠만에 지점장으로부터 복장 지적을 받았다. 평소 패션에 관심이 많은 그는 정장 차림에 포인트를 주려고 연두색 카디건을 입고 출근했다. "카디건 색깔이 업무에 지장을 주는 것도 아닌데 '너무 튀고 신입사원다운 긴장감이 없다'라는 이유로 혼을 내더라구요." 박 씨는 "조직원 개인의 다양성은 무시한 채 조직의 논리와 관행만 강요하는 직장 상사의 태도는 정말 불만"이라고 강조했다.
직장 생활을 처음 시작하는 새내기 직장인에게 직장 상사는 스승이자 롤 모델이다. 그러나 사회의 스승에게서 긍정적인 모습은커녕 실망스러운 모습만 목격하게 될 때 직장 생활 자체에 회의를 느낄 수밖에 없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였던 스털링 리빙스턴 경영 컨설턴트는 "젊은 직원의 자신감과 의욕을 손상시키는 첫 상사는 오랫동안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첫 상사가 젊은 직장인에게 갖는 중요성을 역설했다.
인크루트가 서울경제와 함께 직장인 771명을 대상으로 한 '직장 상사에 대한 의식' 조사에서직장 상사가 겉과 속이 다른 모습을 보일때(33.9%) 가장 실망했다고 답했다. ▦무능력하고 보신주의적인 행동을 할 때(10.6%) ▦무시하며 함부로 대할 때(10.2%) ▦책임을 부하 직원에게 전가할 때(8.9%) ▦무조건 복종을 강요할 때(7.4%) 순으로 실망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땐 안 저랬는데…"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김민석(40) 부장은 최근 몇 년 만에 뽑은 신입 사원들과 미국으로 해외 출장을 갔다가 깜짝 놀랐다. 요즘 대학생들이 취업을 위해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원어민 수준으로 거리낌없이 현지인들과 대화를 주고 받는 모습은 예상 이상이었던 것.
그런데 김 부장은 출장에서 돌아온 후 또 한번 놀랐다. 그들은 그저 영어 말하기를 잘할 뿐 돌아온 후 제출한 출장 보고서는 문장과 문맥이 이상하고 맞춤법도 많이 틀렸던 것. 뿐만 아니라 한문은 거의 읽지도 못한다. 거래처 임원이 한문으로 적힌 명함을 건네면 뒷면에 써 있는 영어를 보고 이름을 알아본다. 김 부장은 "요즘 다양한 스펙이 중요해지면서 젊은이들의 영어 실력이 크게 향상된 것은 좋은 일이지만 오히려 국어를 제대로 쓰지 못하는 현실은 안타깝다"고 말했다.
대기업에 다니는 정형진(42) 부장은 부서의 신입 사원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신입 사원이 입사 초기인데도 회식 때 먹고 싶은 메뉴를 먼저 얘기한다던가, 회사 생활이 어떠냐고 물으면 좋은 점과 나쁜 점을 직설적으로 말할 때는 젊은 세대라서 의사 표현이 분명하다고 좋게 생각했다.
그런데 야근이나 주말 근무를 해야 될 경우엔 어떻게든 잔꾀를 써서 빠지고 회사에서 자기 계발을 위한 교육비나 헬스 클럽 등 비용을 지원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둥, 회식은 매월 했으면 한다는 둥 본인이 원하는 얘기만 하니 곱게 보이지가 않아서다. 정 부장은 "제 할 일을 똑바로 하면서 회사에 요구를 하면 당연한 요구라고 생각하겠지만 책임은 없고 권리만 주장하는 요즘 젊은이들의 이기주의가 얄밉기만 하다"고 털어놨다.
IT 업체에 근무하는 김석호(43) 본부장은 이번에 입사한 신입 사원들 때문에 놀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프로젝트가 떨어져 선배들은 바쁘게 일하고 있는데 '먼저 퇴근하겠습니다'라고 말하고 나가는가 하면 회식 자리가 불편해서 불참하겠다고 말하는 등 예전 같으면 생각하지도 못했던 태도가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었다.
보다 못한 김 본부장이 신입 사원들을 불러놓고 팀원으로서의 태도에 대해 조언했더니 신입 사원들은 "할 일 다하고 퇴근하는 게 무슨 문제냐"며 반문하는 것이 아닌가. 김 본부장은 "회식 자리도 직장 생활의 연장인데 이에 대한 시각 차이가 너무 크다"며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공동체 의식이라도 갖췄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마케팅 전문업체에서 일하는 우보영(36) 팀장은 최근 팀원에게 낮 12시 50분쯤 업무 지시를 했다가 퇴짜를 맞은 황당한 경험이 있다. 지시를 받자 마자 돌아온 신입 사원의 말은 "아직 점심 시간인데 좀 있다 시키시면 안 되나요?" 뿐만이 아니다. 주초까지 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 주말에 과제를 내줬더니 주말에는 다른 스케줄이 있다며 주말 업무 지시는 월권이라는 항변도 들어야 했다.
우 팀장은 "요즘 신입 사원은 의사 표현이 분명하고 자기 시간에 대한 권리 주장도 확실하다"며 "상사 말이라면 옳고 그름을 떠나 무조건 복종해던 과거의 조직 문화와 달라진 것은 일면 부럽기도 하지만 업무에 대한 책임감은 부족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직장 상사와 신입 사원은 업무의 양과 질, 조직을 바라 보는 시각 등 많은 부분에서 차이를 가질 수 밖에 없다. 특히 20년 전후의 나이 차이는 넘을 수 없는 세대 차이까지 낳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차이를 극복하려는 노력을 관리자가 솔선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윌리엄 J. 화이트 노스웨스턴대학 교수는 '직장인 마인드맵'(위즈덤하우스 펴냄)에서 "팀원들을 살필 때는 현재 맡은 책임과 업무만 봐서는 안 된다. 당신이 관리자로서 팀원 개개인을 진심으로 배려하고 팀원 각자의 고유한 가치를 인정할 때 그들이 팀에 최대한 기여할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인크루트 조사에서 직장 상사가 직장 내 후배들을 보면서 못마땅하다고 느끼는 행동으로는 '시키는 일만 하고 그 이상은 하지 않으려고 할 때'(16.5%)가 1위를 차지했다. ▦불평불만부터 얘기하고 처음부터 안 된다는 부정적 태도(11.9%) ▦힘든 일 꺼리고 쉬운 일만 하려고 할 때(10.9%) ▦업무나 조직보다는 개인적인 일이 우선일 때(10.6%) ▦자기 주장 강하고 하고 싶은 말 직설적으로 내뱉을 때(9.7%) 등이 못마땅한 순서였다.
서로를 인정하고 칭찬하라
직장 상사와 신입 사원의 관계가 갈등과 오해, 불만으로 점철되는 것만은 아니다. 상당 수는 첫 상사에게서 인생의 롤 모델을 찾아내기도 하고 패기 넘치는 신입 사원에게서 에너지를 얻기도 한다.
통신업체에 다니는 신입 사원 이혜민(26)씨의 눈에 비친 팀장은 마음이 따뜻한 리더다. 이 씨는 "사회 생활을 시작하고 처음으로 만난 팀장님인데 권위적이지 않고 팀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분"이라며 "팀장님도 신입 사원 때 따뜻하고 민주적인 팀장을 만나 많은 것을 배웠다는 말을 듣고 나도 그런 사람이 돼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광고회사에 다니는 김소희(26) 씨는 팀장을 볼 때마다 존경심이 절로 생긴다. 직장맘으로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팀장은 일 처리도 완벽하게 하면서 엄마로서도 소홀함이 없도록 노력하기 때문. 김 씨는 "나는 회사만 다니는 것도 벅찬데 팀장님은 두 아이의 엄마로서 열심히 노력할 뿐 아니라 회사에선 베테랑 광고 전문가로도 인정받고 있다"고 자랑했다.
대형 증권사 신입사원 박준호(29) 씨는 신입들은 상상도 못할 일을 손 쉽게 해결하는 선배의 모습을 보고 존경스러웠다고 말한다. 박 씨는 "내가 속한 지점이 규모가 작아서 큰 액수의 거래는 거의 이뤄지지 않는데 얼마 전 과장님이 몇 십억 짜리 계약을 받아오는 모습을 보고 놀라웠다"며 "신입들은 수 십 번 시도해도 안 될 것을 선배들은 자신만의 노하우와 고급 정보를 바탕으로 한 번에 처리하는 것을 목격할 때는 나도 언젠가 저런 경지에 올라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고 전했다.
십 수년 전 입사한 후 정신 없이 달려온 직장 상사들은 그들만의 말 못할 고충이 있다. 잘 모르거나 해결하기 어려운 일이 닥쳐도 누구에게 터놓고 말할 수도 없고 요즘 젊은이들처럼 영어나 컴퓨터 능력이 출중한 것도 아니어서 이러다 도태되지나 않을까 두려움에 떨기도 한다. 하지만 패기 넘치는 신입사원들을 보면 문득 자신의 젊은 시절을 떠올리며 다시 에너지를 얻기도 한다.
대기업 마케팅팀의 장선형(39) 차장은 신입 사원들의 이력서를 보면 젊은 나이에 어떻게 이렇게 다양한 경험을 하고 자격증을 갖췄을까 놀랍고 부럽기기만 하다. 장 차장은 "동아리, 스포츠, 봉사, 블로거 활동은 물론 심지어 4개국어까지 하는 화려한 스펙의 소유자들도 있다"며 "특히 업무 발표에 앞서 포토샵 기술과 파워포인트 디자인, 능숙한 웹 정보 서칭 능력을 바탕으로 완벽한 보고서를 만들 땐 경이롭기까지 하다"고 전했다.
인터넷 쇼핑몰 업체의 김선수(40) 부장은 같은 팀 신입 사원 박양선(25) 씨를 보면 흐뭇하다. 똑똑할 뿐 아니라 궂은 일도 마다 않고 책임감 있게 일하기 때문. 해 보지 않은 일도 전혀 겁내지 않고 심지어 실수를 해도 주눅들지 않는 모습을 보면 그 당당함이 부럽기까지 하다. 김 부장은 "내가 신입 사원 시절에는 사소한 실수 하나라도 저지르고 나면 상사들 눈치 보느라 바빴는데 요즘 신입 사원들은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본인들의 의사표현도 확실하다"며 자신 있고 당당한 모습이 매력적이라고 밝혔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부장이나 팀장의 경우 대부분 40대 중반(대기업 기준) 이후의 세대로 국가ㆍ조직ㆍ가족 중심의 가치관과 성장 위주의 경제에 익숙한 사람들인 반면 20대 중후반~30대 초반의 신입 사원들은 조직이나 국가의 성과보다 개인의 행복이나 가치관을 중시하는 탈물질주의 가치관을 가진 세대"라며 "우리나라에서도 이제부터 탈물질주의 가치관을 가진 세대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만큼 기업 내에서 이들 세대간 가치관의 충돌도 벌어질 개연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장 교수는 "노동 시장 측면에서도 40대 이후 세대는 시장 진입이 용이하고 현 직장에서 부장까지 승진한 경우가 많지만 20대 세대는 취업 자체가 어려워 다양한 스펙을 요구받을 뿐아니라 현 직장이 평생 직장이 될 가능성도 적다는 차이가 있다"며 "이런 차이점을 각자가 충분히 인지하고 팀장급은 조직원에게 전 생애에 걸친 경력 관리를 해 주는 멘토 역할을 해야 상호 갈등을 긍정적으로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