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9일 긴급민생대책회의를 통해 내놓은 대책은 세월호 충격 흡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가뜩이나 민간 부문 회복세가 더딘 상태에서 세월호 참사의 여파로 소비가 급속히 위축되고 있는 만큼 미리 나라의 곳간을 열어 선제적인 대응에 나서겠다는 포석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상반기 재정집행 목표를 앞당기고 피해 업종과 어민 등을 위해 정책금융을 지원할 계획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상반기 재정집행률을 2%포인트 확대하면 2·4분기 성장률이 전기보다 0.2%포인트 안팎으로 늘어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정 조기 집행 통해 경기 살린다=정부는 우선 2·4분기 재정집행 규모를 확대, 당초 목표보다 7조8,000억원의 돈을 더 풀기로 했다. 올해 초 55%로 예고됐던 상반기 재정집행률을 57%까지 끌어올릴 방침이다.
공공기관의 경우 당초 24조1,000억원으로 예정된 하반기 투자계획을 앞당겨 집행해 시중에 돈이 더 돌도록 할 예정이다.
금융 부문에서도 상반기 정책금융이 연간목표 대비 60%가 조기 집행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2·4분기 집행률은 1·4분기(24%)보다 12%포인트 오른 36%로 올라간다.
이와 함께 한국은행은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이 확대될 수 있도록 금융중개지원대출(옛 총액한도대출)의 여유한도인 2조9,000억원을 조기 집행하기로 했다.
◇피해 업종·어민 위해 금융지원=이날 정부는 세월호 사고로 위축된 소비심리로 피해를 보고 있는 여행·운송·숙박 업종의 중소업체를 위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운용하는 관광진흥개발기금 150억원을 활용, 운영자금을 저리에 융자 지원하기로 했다.
피해 우려 업종의 사업체가 신청할 경우 종합소득세·부가가치세 납부를 최대 9개월까지 연장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현재 체납액이 있는 경우 체납처분 집행을 최대 1년까지 유예할 방침이다.
자금줄이 마른 중소기업에 금융을 지원하는 방안도 도입된다. 3개월간 한시 금융지원을 제공하고 피해 사실 확인절차를 거쳐 지원을 연장하는 방식으로 기업은행을 통해 기존대출을 1년 이내에서 만기 연장해주고 원리금 상환유예, 업체당 최대 3억원까지 저리자금 대출 등 지원책을 제시하기로 했다. 또 피해 우려 업종 소상공인에 대해 최대 300억원 규모의 특별자금을 공급하고 저리 융자지원도 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기름유출과 구조지원으로 조업 피해를 입고 있는 진도 어업인과 안산의 영세사업자를 위한 세제·금융지원도 실시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농림수산업자신용보증 기금의 기존 보증 만기를 1년 내 연장해주고 보증료율도 인하(0.3%→0.1%)하기로 정했다. 이미 도래한 부가가치세의 신고·납부기한도 7월25일까지 일괄 연장하고 올해 9,150억원으로 설정된 소상공인 정책자금도 안산·진도 지역에 우선 지원할 계획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현재는 위축된 경제심리를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며 "향후 경기 추이를 지켜보면서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세울 때 전반적인 거시정책 기조를 바꿀 필요가 있는지 면밀히 살펴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