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炳璨(경원대 교수)미국 인생상담 컬럼인「디어 애비」는 미국 저널리즘에 하나의 전설을 만들었다. 할머니가 된지 오래인 애버게일 반 뷰런이 1956년부터 쓰고 있는 「디어 애비」가 시들줄 모르는 이유는 내용에 담긴 위트와 상식과 지혜에 있다. 「디어 애비」가 금년 1월들어 셀룰러 폰(휴대폰)사용을 둘러싸고 독자와 찬반 논쟁을 벌였다.
「디어 애비」는 운전중에 휴대폰을 사용하는 행위는 법으로 엄격히 규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바 있다. 이에 대해 아이오와 주에 사는 톰 린치라는 독자가『당신의 무릎반사적인 반응은 우리의 모든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반박하고나온 것이다.
톰 린치는 온갖 법규를 제정한다고 해도 비극적인 교통사고는 일어난다면서『교통사고보다 더 비극적인 것은 자유의 잠재적 상실』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운전대에 장착하여 운전자의 두손을 자유롭게 만들어 주는 새기술 개발이 필요하다고 대안을 냈다. 「디어 애비」의 응답은 상식적이고 간결했다.
『1997년에 토론토 대학 도널드 레들메이어와 로버트 팁시라니 교수는 운전중 휴대폰을 사용하는 운전자는 교통사고 위험율이 4배나 높아진다는 조사결과를 내놓았습니다. 미국 자동차협회 교통안전재단은 셀룰러폰이 충돌사고에 기여한다는 사실에 의심이 여지가 없다고 했습니다.』휴대폰 사용에 결코 찬성할 수 없다는 말이다.
지난주 인천지방법원 판사가 재판정에서 휴대폰 신호음을 울린 방청객에게 3일간의 감치 결정을 내린 것이 화제가 되었다.
한국이 휴대폰 중독증을 앓는 것은 모두가 아는 일이다. 1,500만개의 휴대폰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않고『삐리릭 삐리릭』하는 소음을 일으킨다. 소음은 강의실, 도서관, 영화관, 지하철, 세미나장, 교수회의실을 가리지 않고 울려댄다. 대로를 걸어 가면서, 자동차 사이를 헤집고 가면서 휴대폰을 거는 것은 얌전한 편이다. 연전에 국내선 여객기를 탔을 때 본 것이 있다.
젊은 여성이 옆좌석에 앉았다. 그는 자리를 잡자마자 부지런히 휴대폰의 단추를 두드려 서너군데와 통화한다. 대화내용은『지금 막 비행기에 탔다』고 전하는 것이다. 5분후 항공기가 주행을 시작하자 그는 또다시 휴대폰으로 몇군데를 불러 『비행기가 출발하고 있다』고 알린다.
이런 행태는 휴대폰의 편리성으로 설명할 수 없다. 휴대폰의 중독증과 조급증을 말한다. 여객기나 병원에서 휴대폰을 사용하면 기기의 전파를 교란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역시 생명과 관계가 생긴다.
휴대폰 중독증은 신세대 한테만 책임을 물을 수 없다. 쉰세대한테 더 큰 책임이 있다. 심지어 교수들까지 회의장에서 휴대폰 착신음을 열어놓는 판이다. 엄하게 법으로 규제해도「자유의 침해」가 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