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반값에 끼워팔기·영화 할인권까지… 출판사 개츠비 전쟁

영화 16일 개봉 앞두고<br>민음사·문학동네 등… 마케팅 경쟁 출혈 수준

민음사에서 출간한 '위대한 개츠비'

문학동네에서 출간한 '위대한 개츠비'

더클래식에서 출간한 '위대한 개츠비'

이른바 '개츠비 전쟁'이다.

오는 16일 영화 '위대한 개츠비'의 개봉을 앞두고,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원작을 출간한 출판사들의 마케팅 경쟁에 불이 붙었다. 바즈 루어만 감독이 리메이크하는 이 영화는 이달 열리는 칸 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선정되며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세계문학전집 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절대 강자' 민음사와 2009년 전집시장에 진출한 '신흥 강자' 문학동네의 경쟁은 '이전투구' 양상이다. 책을 반값에 파는 것은 물론 원서나 다른 작품을 끼워주고, 영화 할인권까지 증정한다. 업계에서는 "이 정도면 판매가 늘수록 손해일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민음사의 경우, 정가 8,000원인 책을 50% 할인해 4,000원에 판다. 여기에 피츠제럴드의 다른 책 '벤저민 버튼의 기이한 사건' 영한대역(영어ㆍ한글 동시 게재) 한정판을 페이크노트(표지는 책과 같지만 내용은 노트)와 함께 증정한다. '벤저민 버튼의…'는 경쟁사인 문학동네가 15% 할인한 가격인 9,350원에 팔고 있는 책이다. 수익을 말할 수 없는 구성이다. 민음사 관계자는 "한 달 정도 기간에 진행하는 것으로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 현재는 특수한 상황이지 않나"라고 설명했다.


사실 공격적인 마케팅은 문학동네가 먼저였다. 책 값 50% 할인에 영문 원서를 추가로 증정해왔다. 지난 연말 '레미제라블'을 번역본 5권ㆍ영어원서 5권 세트로 팔면서, 경쟁사 번역본 5권 가격보다 싸게 내놓았던 더클래식과 같은 형태다. 이에 민음사가 '1+1' 이벤트로 대응하자, 이번엔 영화 제작사인 유니버설픽처스와 제휴해 영화 할인권을 증정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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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반석출판사와 더클래식이 비슷한 가격에 번역ㆍ영문판 '1+1'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열림원은 지난달 말 새로 번역본을 출간했고, 이숲에올빼미는 지난 주 김욱동 교수의 해설서 '위대한 개츠비를 다시 읽다'를 내놓았다. 펭귄클래식도 이달 개정판을 냈다.

독자 입장에서야 더없이 반갑다. 치열한 판촉 경쟁을 반영하듯 지난 주(4월24~30일)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15위에는 문학동네가, 예스24의 지난주(4월25~5월1일) 순위에서는 민음사의 번역서가 랭크 됐다.

판매 부수는 민음사가 일단 많았다. 2003년 출간한 '위대한 개츠비'가 현재까지 총 20만부, 올해만 3만부가 판매됐다. 문학동네는 2009년 발간해 양장ㆍ일반 책을 합쳐 총 3만5,000부, 올해만 1만7,000부 정도가 팔렸다. 올해만 비교할 때 민음사가 문학동네보다 2배 가까이 많이 팔아 장사를 잘 한 셈이다.

하지만 전체 권수가 늘어갈수록 가속도가 붙는 세계문학전집의 특성상, 시장점유율 대비로는 민음사가 별 재미를 보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민음사는 이미 지난 연말 전집 300권을 넘겼고, 문학동네는 아직 100권 수준이다. 각각의 시장점유율 50%와 10%를 감안하면, 오히려 인기 소설가 김영하를 내세워 '젊은 번역'으로 홍보한 문학동네의 전략이 더 먹혔다는 얘기다.

민음사 관계자는 "김욱동 교수의 번역은 학계에서도 인정할 만큼 정평이 난 번역으로, 관계설정과 어투 등 결국 그 시대의 상황을 잘 반영한 우리 번역에 대한 독자들의 신뢰가 높다"고 강조했다.

이재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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