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CEO 칼럼] 전력, 수요관리가 답이다

올리비에 바우드 에너지풀 CEO


올리비에 바우드 에너즈풀 CEO


전기는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 삶의 필수품이 됐다. 정전은 단순히 조명이 꺼지고 전자제품을 잠깐 못 쓰는 문제가 아니다. 교통이 마비되고 의료 사고가 발생하는가 하면 방송·통신 등 사회의 주요 인프라까지 먹통이 되는 심각한 상황으로 연결된다. 한국도 지난 몇 년간 심각한 전력난과 정전 피해를 경험했다.


전력의 안정적 공급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문제는 전기가 저장이 불가능할 뿐 아니라 날씨·사용처 등 상황에 따라 소비량이 급변한다는 점이다. 전력의 생산과 소비가 균형을 맞추기 어려운 과제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전통적 의미에서 전력 생산과 소비의 균형은 생산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전력 생산을 늘려서 수요를 따라가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나 개인 전자기기 사용이 급증하고 전기를 기반으로 하는 사회 인프라 비중이 높아지면서 전력 소비량이 생산량 최대치, 즉 피크에 도달하거나 혹은 이를 넘어서는 경우가 잦아졌다. 이런 문제는 전력 인프라가 열악한 개도국뿐 아니라 선진국도 겪는 문제다. 부족한 전력량을 메우기 위해 자가발전기 등이 쓰이고 있지만 전력 생산 비용이 비싸 수익성이 나쁘다.

한국전력 등 전력망을 운영하는 사업자는 발전량과 수요량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때문에 발전량을 늘리든 수요량을 줄이든 균형만 맞으면 된다. 이런 관점에서 최근 '수요 관리(demand response)' 기술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수요 관리는 전력 공급량을 유지하는 기존 방식과 반대로 수요자의 전력 사용량을 조정해 생산과 공급의 균형을 맞추는 기술이다.

비용 절감·온실가스 배출 줄여


수요 관리 시스템에서는 공급이 아닌 수요가 조정 가능한 변수가 된다. 전력 소비량을 전력 공급량에 따라 조절이 가능하다. 일단 사용자들이 관리 프로그램에 가입해 전력 사용을 줄이거나 혹은 나중에 쓰는 것에 동의하면 인센티브를 받게 된다. 프로그램 운영자는 전력 생산량 변동과 각 사용자의 소비 성향을 고려해 개별 고객의 전력 소비를 일시적으로 줄이거나 조정하는 역할을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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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가격은 시장의 수요에 따라 달라진다. 수요 관리 프로그램을 통해 수요의 유연성과 전력가격의 변동성을 적절히 활용하면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첫 번째 효과로는 소규모 자가발전기와 같이 수익성과 안정성이 낮은 발전 솔루션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 둘째는 전력이 싼 시간에 전기를 많이 쓰고 전력이 비싸게 거래되는 시간에 전력 사용을 줄임으로써 고객의 전력 비용을 적게는 3%에서 많게는 20%까지 줄이는 것이 가능하다. 셋째는 저탄소 에너지를 활용함으로써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 최대의 전력시장 중 하나인 PJM은 평균 10% 정도의 피크 수요를 통제한다.

또 풍력·태양광 등 대부분의 신재생 에너지원은 날씨에 따라 공급량 변동이 심하고 통제가 어렵다. 전력 수요가 없는 상황에서 신재생 에너지가 생산돼 에너지가 과다하게 공급되거나 혹은 전력 수요가 피크에 가까워졌는데 날씨와 같은 외부 요인 때문에 전력을 생산할 수 없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수요 관리 모델은 전력 수요가 집중되거나 혹은 반대로 공급이 넘치는 두 가지 모두 대응이 가능하다. 전력공급이 많아져 전력가격이 저렴해지면 시스템이 전력소비를 유도하는 식이다.

한국도 기술도입 등 관심 가져야

이처럼 수요 관리는 신재생 에너지의 생산 매커니즘을 효율화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한다. 수요 관리 기술이 단순히 안정적인 전력수급을 유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전력비용을 줄이고 더 친환경적인 전력망을 구축하는 데도 기여한다는 의미다.

이런 장점을 바탕으로 유럽에서는 이미 수요 관리 기술도입에 대해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필자가 2008년 설립한 에너지풀 역시 유럽의 수요 관리기술 기업으로 현재 프랑스와 유럽에서 1,200㎿에 이르는 전력 부하를 관리한다.

한국도 지난 4월 말 전기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돼 수요 관리 기술도입을 위한 토대가 마련됐다. 수요 관리는 전력 불균형 문제는 물론 신재생 에너지 생산 효율을 높이는 데도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뛰어난 기술 역량을 지닌 한국에서도 수요 관리를 적극적으로 도입해 더 많은 성공 사례를 만들어내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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