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美기업 '고유가와의 전쟁'

정유업체 제품값 인상·항공사 연료 헤징거래 등 적극<br>GM·포드 등 車업계선 재정부담 불구 가격보조금 지급

미국 기업들이 사상 초유의 고유가를 극복하기 위한 비상경영 체제에 속속 돌입하고 있다. 월가(街) 금융시장에서는 국제유가가 앞으로 배럴 당 10달러 가량 추가 인상돼 85달러를 넘어설 경우 경기둔화는 물론 침체까지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어 기업들이 ‘기름값과의 전쟁’에 더욱 적극 나서고 있다. 22일(현지시간) 산업계에 따르면 국제유가 급등으로 소비감소와 생산비용 증가 압력에 시달리고 있는 기업들이 제품가격 인상, 가격보조금 지급, 금융시장에서의 헤징(위험회피) 거래 등을 통해 고유가 난국을 헤쳐 나가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고유가에 따른 원자재와 노동비용 상승을 이유로 1ㆍ4분기부터 제품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다. 전미기업경제학협회(NABE)가 지난달 24일부터 지난 7일까지 2주일간 116개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미국 기업 중 41%가 올 1ㆍ4분기에 제품가격을 인상했다. 지난 1월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34%가 가격을 인상했다고 밝혔었다. 응답 기업의 60%는 제품가격 인상 이유로 ‘고유가에 따른 원료가격 상승’을 꼽았으며, 이중 절반 이상은 ‘앞으로도 원료가격이 계속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엑슨모빌ㆍ쉘ㆍBP 등 대형 정유회사들은 운송과 시설투자 비용 증가 등을 내세워 지난 3월 배럴 당 2.85 달러였던 기름값을 3달러 이상으로 올려 소비자들로부터 고유가 위기에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비난까지 받고 있다. 고유가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항공업계는 금융 헤징거래에 나서고 있다. 세계적인 경기회복으로 모처럼 경영환경이 개선되고 있지만 급등하는 유가로 전체 비용 중 연료부담이 20~30%까지 달해 자구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아메리칸 에어라인(AA)의 모회사인 AMR는 2ㆍ4분기에 사용되는 연료의 30% 가량을 배럴당 62달러로 헤징한 상태다. 올해 전체로는 연료의 23%를 헤징 금융거래를 해 놓았는데 이는 지난해의 5%에 비해 크게 증가한 것이다.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 자동차 회사들은 한국, 일본과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가격인상을 단행하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하고 오히려 재정부담에도 불구하고 가격 인센티브를 주는 극약처방을 내놓고 있다. 고유가에 대처하기 위한 생산라인 교체와 효율성 높은 SUV(스포츠 유틸리티 차량) 생산 등은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투자되는 만큼 소비자들이 기름값 인상으로 떠안는 부담을 자동차 회사들이 공동 부담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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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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