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자본유출 리스크 커지나] 주식 이어 채권서도 곳곳 이탈 징후… '세이프 헤븐'서 제외될수도

채권 순매입 증가세 둔화… 9월이후엔 주식 대량매도<br>한은, 15일 금리인하 땐 추가유출 부추길 가능성

코스닥지수가 3.89% 떨어지는 등 주가가 하락하고 장 초반 올랐던 원·달러 환율도 떨어지자 13일 서울 명동 외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권욱기자



지난해 5월 당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벤 버냉키 의장이 처음으로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세계 금융시장은 화들짝 놀랐다. 특히 인도·인도네시아 등의 일부 신흥국은 구제금융 직전까지 몰렸다. 전 세계가 테이퍼링 발작(taper tantrum) 공포를 경험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달랐다. 단기적으로 환율이 오르기는 했지만 안정적인 외환건전성 덕분에 오히려 자금이 들어왔다. 소시에테제네랄이 "한국은 경제 펀더멘털 측면에서 '세이프 헤븐(safe heaven)'"이라고 칭했을 정도다.

그로부터 1년반이 흐른 현재, 상황이 바뀌고 있다.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를 눈앞에 두면서 우리나라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인식이 조금씩 커지는 모습이다. 세 가지 악재의 조합이 겹쳤다. 미국의 시장금리는 올라가는 반면 국내 금리는 하향 추세여서 '내외 금리차'가 금융위기 때보다도 좁혀졌다. 여기에 기업들의 실적악화가 겹쳤고 일본은 물론 독일 등까지 경기침체가 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를 기점으로 외국인들이 한국을 '세이프 헤븐'에서 제외한 뒤 자금을 안전지대로 빼낼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전망도 나오는 실정이다.

◇한국와 미국의 금리차, 금융위기 때보다 작아=미국과 한국의 내외 금리차가 급속히 줄고 있다. 한국 국고채 3년물과 미국채 3년물 간 금리차는 지난 10일 현재 1.38%포인트다. 지난해 5월 2%대 초반이었던 것이 1년여 만에 약 1%포인트나 축소된 것이다. 3년물 금리는 한은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 기대감이 확산되며 이달 초 1.25%포인트까지 좁혀져 2007년 10월 이후 7년 만에 최저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내외 금리차 축소의 경우 외국 투자가들이 국내 자본시장의 투자 포트폴리오(주식+채권+기타 외국인 투자)를 조정한다는 게 문제다. 한국의 투자비중을 더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13일 서울경제신문이 KDB대우증권에 의뢰해 2010년 이후 한미 간 금리(국채 3년물 기준) 격차와 외국인의 국내 자본시장 투자 포트폴리오 간 관계를 분석한 결과 한미 간 금리차가 줄어들면 시차를 두고 외국인의 포트폴리오 순유입 금액도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7월31일 한미 금리차가 3.3%포인트에서 2013년 4월30일 2.17%포인트로 줄자 외국인 투자금액은 1,528억8,880만달러(2012년 2월)에서 1,201억1,340만달러(2013년 6월 말)로 14.90%나 급감했다.

관련기사



국내 기업들의 실적이 좋지 않은 것도 악재다. 삼성전자의 3·4분기 영업이익이 4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나 줄었고 현대자동차 역시 실적부진이 예상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8월 현재 유가증권 상장사의 경상이익률은 4.62%로 전년 동기의 5.1%에서 하락했다. 매출액 역시 1,176조원으로 전년의 1,182조원에 못 미친다.

◇일부 외국인, 이탈 움직임 감지…본격 이탈 가능성 놓고 이견=외국인 자금의 이탈 우려는 지표로도 나타난다. 우리나라 최대 채권투자국인 미국이 우리나라에서 빠져나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미국은 올 들어 9월까지 8,690억원의 상장채권을 순매도했다. 채권시장에서 전체 외국인 자금의 유입량도 줄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주 외국인은 우리나라 채권을 3,555억원 순매입했다. 비록 순매입했지만 증가세는 둔화됐다. 외국인은 9월 셋째 주 1조8,800억원 매입을 기점으로 매수세가 급격히 둔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매도의 썰물은 없지만 매수세가 둔화되는 등의 시그널이 나타나고 있다는 얘기다.

주식시장에서는 매도 움직임이 강하다. 8월까지 8조2,578억원 규모의 국내 주식을 순매수했던 외국인은 9월 추석 연휴 이후 순매도로 전환해 13일까지 2조5,959억원어치의 주식을 내다 팔았다. 노아람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외국인들이 국내 시장에 대한 투자를 결정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요인은 대내외 금리차와 환율"이라며 "15일 열리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가 시장의 예상대로 0.25% 인하되면 국내 증시에서 추가적인 자금 이탈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준금리 인하가 '원화 약세→외국인 투자가 환차손 우려→국내 증시 매력도 저하'의 경로를 타고 외국인의 국내 증시 이탈을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도 했다.

박상규 BS투자증권 연구원도 "앞으로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기보다는 유출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버냉키 전 의장이 테이퍼링 가능성을 시사한 후 우리나라로는 오히려 자금이 들어왔지만 지금은 한은이 기준금리도 내리고 미국의 시장금리가 오르고 있어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다만 매도자금을 본국으로 송환하는 규모 등은 아직 크지 않아 일부 자금은 '관망세' 모습을 보인다는 해석도 있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대규모 외환보유액, 경상흑자 지속 등으로 외환건전성이 양호하기 때문에 자금이 급격히 빠져나갈 가능성은 낮다"면 "하지만 내외 금리차가 좁혀졌기 때문에 지난해 5월과는 양상이 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