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기업이 망하는데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패인(敗因)이 많을 필요도 없다. 단 한가지의 패인에 의해 순식간에 기업은 망할 수 있다.대우그룹 계열기업을 정리하는 작업이 구체화되고 있다. 대우그룹의 패망은 패인 연구를 위해 쓰라리지만 뜻 깊은 교재가 된다.
무엇이 대우를 망하게 만들었는가. 수많은 패인이 벌써부터 거론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치명적인 것을 하나 꼽으라고 한다면 빚(負債)을 들수 밖에 없다. 빚은 기업의 덫이다. 빚이 많으면 조그만한 환경변화에도 살아남기 어렵게되고 빚이 적으면 IMF사태와 같은 돌발사태도 극복할 수 있다.
또 대우그룹의 정리작업은 패전처리의 교재가 되기도 한다.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대우그룹의 정리작업은 ①살릴 수 있는 기업은 최대한 살린다. ②빚을 탕감하되 그로부터 발생하는 손실은 채권자(금융기관)가 분담한다. ③금융기관의 손실을 보전하기위해 공적자금을 투입한다는 것을 뼈대로 삼고 있다.
이 세개의 뼈대는 손실분담의 원칙이라고 불리운다. 대우의 대주주, 채권자인 금융기관 그리고 국민(공적자금)이 다같이 손해를 분담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 손실분담은 뒤집어 보면 피해를 최소화하는 길이되며 살을 벼게는하되 뼈를 지키는 길이되기도 한다.
대우를 청산하면 금융기관은 빌려준 돈을 거의 건지지 못하게 된다. 공적자금 투입을 아껴 금융기관을 살리지 않는다면 심각한 경제위기가 초래될 수 있다. 대우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다른 기업과 국민생활이 심대한 위협을 받는다. 그래서 손해를 분담하는 것은 최소한이나마 모두의 이익을 지키는 길이된다.
그런데 대우문제가 불거질때부터 이런 패전처리의 방향과 절차는 이미 자명한 것이었다. 그 자명한 길을 지금에 이르러서도 제대로 밟아가지 못하고 있다는데에 문제가 있다.
일본은 원자탄을 얻어맞고 국토가 초토로 화한 다음에야 항복했다. 패전이 자명하다면 패전처리는 신속하고 명확해야한다. 대우사태도 그 예외는 아니다. 의견이 없을수야 없겠지만 처리를 늦출수록 부담은 급속도로 증가한다.
대우사태는 죽은 자와 산 자 모두에게 뼈 아픈 교훈이된다.
/鄭泰成(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