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조들의 가장 현명한 유산 중 하나인 항아리를 보면서 어머니의 삶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해왔습니다. 어머니는 (그 항아리처럼) 자식들을 끌어안고 햇볕에 말리기도 하면서 잘 숙성되기를 바라왔던 거죠."
올해로 5회째인 백교문학상 대상에 정재돈(43·사진) 시인의 '항아리'가 선정됐다. 작가는 26일 통화를 통해 "누구나 스스로의 뿌리에 대해 생각해오지만 막상 글로 풀어내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평소 효친(孝親)사상에 관심이 많아 늘 전체작품 30% 정도는 부모님에 관해 써왔는데, 이같은 좋은 문학상을 받게 돼서 기쁩니다. 앞으로도 (효친사상을 알리는 데) 필요한 시를 쓰는 데 일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경기 수원 창용초등학교 교사인 그는 어릴 적부터 시에 관심이 많았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시인이었던 담임교사로부터 처음 문학을 접하고, 고교 시절에는 교지 편집부장까지 맡았다. 하지만 바쁜 생활에 밀려 문학과 멀어졌고, 교사생활을 잠시 쉬던 수년 전에야 다시 펜을 잡았다. 그리고 2011년 등단한 이래 짧은 기간 무궁화문학상·이해조문학상 등에 연거푸 입상하며 이름을 알렸다.
작가는 앞으로 아이들에게 효(孝)의 중요성을 알려주고 어린 마음을 위로해줄 수 있는 시를 쓰고 싶다고 말했다. 더불어 "시가 대중들에게 외면 받는 시대에 대중들에게 잔잔한 감동과 위안을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덧붙였다.
대상작 외에 우수상으로는 시 부문에 김옥란(57) 시인의 '마지막 정거장', 수필 부문에 황인숙(49) 작가의 '문패', 김소희(60) 작가의 '할미꽃' 등 세 편이 각각 선정됐다.
시상식은 내달 2일 오후 2시 강원도 강릉 사모정공원에서 열린다.
◇약력 △2011년 맑은누리문학 시 부문 등단 △2012년 경남문학관 제9회 시예술제 대학일반부 장원 △2012년 제9회 천상병 백일장 대회 장원 △2013년 제2회 무궁화문학상 대상 △2013년 제2회 이해조문학상 당선
항아리-정재돈 시인 우설(雨雪)의 세례엔 포근한 품으로 감싸 안으며 남몰래 스미는 한기를 떠 안으셨다 무르던 된장과 고추장이 숙성되어 가는 과정을 지켜보시며 언젠가 많은 이들에게 그윽한 맛을 낼 수 있을 거라는 기대에 내심 흐뭇하셨다 품안에 익어가는 자식들 보며 평생 흙에서 살다가 흙으로 돌아가는 업을 마다하지 않으시며 기쁘게 깜냥깜냥 맞이하셨다 지금은 항아리처럼 짙은 황토 빛 얼굴 오돌토돌해져 주름진 살갗 오늘 문득, 그 위에 일터에 나가려던 햇살이 부리나케 앉는다. 유난히 광휘한 빛이 눈부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