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영원한 앙숙’ 이란­이라크/불법 석유수출 공모

◎이란,이라크원유 밀수루트 돈받고 제공/미 제5함대 사령관 밝혀… UAE도 개입「이란과 이라크」. 80년대 7년여 전쟁을 치르며 중동의 영원한 앙숙으로 일컬어지던 두 나라가 묘한 시점에 손을 잡아 파문이 일고 있다. 미 제5함대 사령관 토마스 파고 해군중장은 11일 『대형유조선들이 이란의 보호아래 이라크로부터 수만톤의 석유를 밀반출, 유엔의 금수조치를 위반하고 있다』고 밝혔다. 파고 중장은 또 이들 유조선과 미 해군함정 사이에 두차례(1월26일, 2월4일)에 걸친 대치상황이 발생, 이중 한번은 유조선을 끌던 배가 미 프리킷함을 들이받는 사고가 일어났다고 말했다. 파고의 발언은 지난해 12월 유엔이 이라크산 원유의 부분수출을 허용한지 2개월이 채 안된 시점에서 나온 것으로 이에대한 미국측의 대응이 주목되고 있다. 파고와 현지 조사관들에 따르면 「이란 커넥션」으로 일컬어지는 이번 사건의 표면적 이유는 「돈」이다. 유엔의 금수 부분해제조치에 따라 이라크가 수출할 수 있는 원유량은 하루 최대 60만배럴. 이라크로서는 그러나 이정도 석유수출로 극심한 식량난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자연 밀수출을 통한 돈마련이 불가피했고, 밀수용 해상통로 확보를 위해 「원수지간」인 이란에까지 손을 내밀게 된 것이다. 이란으로서도 손해될게 없다. 통로만 빌려주고 가만히 앉아 돈을 챙길 수 있는 기회가 생긴 셈이다. 이란은 결국 영해통과를 보장하는 조건으로 「항해보호요금」이라는 명목아래 석유수출 이익금의 일부를 가로채온 것으로 전해졌다. 파고는 이란과 이라크가 이런식으로 밀수출에 30척의 유조선을 동원했으며, 한척당 적어도 9차례에 걸쳐 이란해안을 들락거렸다고 주장했다. 이라크는 또 2천톤을 적재할 수 있는 유조선 한척당 약 15만달러씩을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함께 금수부분 해제 이후에는 고수익을 남길 수 있는 디젤유의 밀수출을 월 6만톤까지 늘린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측을 더 놀라게 한 것은 석유 불법 수출에 미 동맹국인 아랍에미리트연합(UAE)까지 동원됐다는 점이다. 파고는 밀수출된 석유중 일부가 남부 페르시안만의 UAE에서 하역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UAE 정부는 일부 기업가들만이 관련됐으며 정부는 무관하다고 해명하고 있으나, 정부가 사전에 몰랐다는 설명은 설득력이 모자란다는 반응이다. 한편 미 정부내에서는 「이란 커넥션」이 중동지역내 미국의 영향력 감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조심스런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단순히 「돈」만을 위해 이란이 모험을 행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김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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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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