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좀비 기업만 키우는 정책금융, 이대로 방치 안된다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금융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올해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0인 이상 사업체 2만여 곳을 전수 조사한 결과 정부가 2009년 이들 기업에 쏟아부은 직접대출과 보증 규모는 20조원에 달했지만 2년 뒤 이들이 생산한 부가가치는 48조원에 불과했다. 이는 정부 지원을 아예 받지 않았다고 가정했을 때보다 2조5,000억원이나 낮은 액수라고 한다. 정책금융이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보다 좀비기업만 양산한다는 비판을 15년간 들었어도 달라진 게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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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세계 최고의 중기지원 제도를 갖추고도 이런 비판을 받는 것은 자금지원 중심의 정책에서 벗어나지 못한 탓이 크다. 올해만 해도 중기 수출보증보험 규모 확대와 기술혁신 개발, 상용화 기술 개발 등 산업기술 지원용으로 6조7,000억원 넘는 자금이 들어간다. 이렇게 보증과 융자·투자 등으로 투여되는 정책자금이 무려 97조원이나 된다. 지난해보다는 5조원, 2012년보다는 무려 15조원이 불어난 규모다. 자금만 지원하면 모든 게 해결될 것 같지만 실제 성과는 미미하다. 우리 중소기업의 효율성이 미국의 절반에 불과하고 1인당 부가가치 생산성은 국내 대기업의 3분의1밖에 되지 않는다는 평가가 대표적이다. 정책자금의 상당 부분이 운영자금이나 대기업 줄대기용으로 줄줄 새니 지원 효과가 나타날 리 없다. 오죽하면 "중기 보증만 제대로 했어도 추가경정예산은 필요없었다"는 이야기가 나올까.

이제 '중기정책=자금지원'이라는 수십년 전의 낡은 공식을 깰 때가 됐다. 성과분석 없이 조건만 되면 무조건 안겨주는 현재의 지원방법 대신 생산성 향상 실적을 보인 기업에 차별적 혜택을 부여하는 선택과 집중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정책자금 이용현황을 정기적으로 체크해 용도 외 사용이 발견되면 지원금을 회수하며 자격을 박탈하고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지원제도는 과감히 조기에 폐기하는 것도 생각해볼 문제다. 좀비기업 살리려 국민 혈세를 낭비하는 모습을 더 이상은 보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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