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삼성전자-하이닉스 손잡았다] 공조관계 잘 유지될까

반도체시황등 협력 필요성 커져…과거 '말로만 화합'과는 다를듯<br>사실상 '정부 개입' 으로 성사… "전면협력 더 두고봐야" 의견도

어렵사리 손을 잡은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 이들의 협력은 과연 제대로 될 수 있을까.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일본 등의 공세에 대응해 비메모리 분야에서 기술협력의 필요성이 높아지는 상황을 감안하면 과거와는 사뭇 다른 협력 모드가 조성될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두 기업의 협력이 사실상 정부의 ‘개입’에 의해 이뤄진 만큼 전면적인 협력으로 이어질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협력관계가 과거의 ‘말로만 화합’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 정부가 두 회사 사이의 중재에 적극 나서고 있는데다 합종연횡이 이어지고 있는 세계 반도체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협력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비메모리 반도체를 중심으로 일본 업체들이 연합전선을 구축해 공세를 취하고 있는 상황에서 특허공유(크로스 라이선스)와 기술교류 등 기술협력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 최근 삼성그룹의 경영쇄신 이후 삼성전자의 반도체 수장이 바뀐 점도 양사간의 협력을 점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 반도체 업계간의 협력은 지난 1990년대 삼성과 LGㆍ현대 등 반도체 3사가 64MD램의 공동 개발에 성공한 후 명맥이 끊겼다. 특히 외환위기 직후 반도체 빅딜(대규모 사업교환) 때 LG반도체가 현대로 넘어가 하이닉스로 바뀐 후에는 협력 대신 갈등이 오히려 증폭돼왔다. 삼성이 2000년대 이후 세계 반도체 업계에서 독보적 위치에 올라서고 하이닉스의 경영난이 가중되면서 한쪽은 시장의 리더가 되기 위해, 또 다른 한쪽은 살아남기 위해 각각의 전략에만 몰두했다. 이런 상황은 하이닉스가 자금난에서 벗어난 후에도 계속됐다. 2006년 말 반도체협회가 삼성과 하이닉스의 협력사들에 장비 교차 구매를 건의했지만 실행되지 못했다. 지난해 3월 김종갑 사장이 하이닉스의 새 사령탑에 오른 직후 시장에서 두 회사가 반도체 팹(일관처리공장)을 공동으로 만들 것이라는 루머가 돌기도 했지만 풍문에 그쳤다. 더욱이 두 회사가 기술유출 여부 등을 둘러싸고 감정싸움을 벌인 점도 전면적 협력 가능성을 낮게 보는 요인이 되고 있다. 하이닉스가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을 위해 대만 프로모스에 50나노급 양산기술을 이전하려 했을 때 삼성전자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나섰다. 삼성전자는 기술유출 가능성을 반대 명분으로 내걸었지만 국내 전문가들의 의견은 달랐다. 1등인 삼성이 2등인 하이닉스를 견제하기 위한 포석이었다는 것이다. 하이닉스의 기술이전시기인 내년 초가 되면 50나노급 기술은 이미 범용기술로 전락하게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최근에 지식경제부가 하이닉스의 기술이전을 ‘유출’이 아닌 ‘수출’로 판단할 때도 두 회사는 서로 다른 속내를 표출하기도 했다. 정보기술(IT) 분야의 한 애널리스트는 “LG디스플레이와 삼성전자가 LCD 교차 판매를 하기로 의기투합했지만 여전히 결과물이 안 보이지 않느냐”며 “이번 삼성과 하이닉스간의 제휴도 마냥 긍정적으로만 보기에는 무리인 측면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반도체 사업이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특허전쟁 아니냐”면서 “두 회사가 공동으로 팹을 만들어 기본기술에 대한 공유를 하지 않는 한 협력관계를 전면적 범주로 끌어올리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반도체 시황이 다시 나빠져 ‘치킨게임’이 벌어질 경우에도 두 회사가 화합 모드를 유지할 수 있을지가 협력관계 유지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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