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銀 해외매각 무산 파장정부가 예상을 뒤엎고 서울은행의 해외 매각을 조기에 포기했다.
질질 끌어봤자 팔릴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에 국내의 가능한 인수후보자를 찾든 다른 은행과 합병시키든 새로운 방안을 찾아보겠다는 심산이다. 어떤 식으로든 국내 은행산업에 또 한번의 격랑이 예고되고 있다.
◇의미 없이 끝난 '대외 과시용' 협상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은 도이체방크캐피털파트너스(DBCP)와의 매각협상이 진행되는 와중에 수차례에 걸쳐 "DBCP는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펀드이기 때문에 인수자로 적합하지 않으며 '제2의 제일은행'을 만들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정부 내에서는 이미 DBCP와의 매각 성공 가능성을 희박하게 봤던 것이다.
정부는 그러면서도 지난 6월 매각협상을 9월 말까지로 석달간 연장했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당시 "국제통화기금(IMF)에 매각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시한을 연장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5조6,000억원의 혈세가 투입된 부실 금융회사의 정상화 작업이 대외 약속에 얽매여 시행착오를 거듭한 셈이다.
◇국내 재벌ㆍ시중은행 각축전
서울은행의 처리 방향과 관련해 그려볼 수 있는 방향은 ▦국내 금융전업가로의 매각 ▦다른 시중은행과의 합병(P&A) ▦우리금융지주회사로의 편입 ▦독자생존 등 4가지다.
금감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중 "우리금융 편입은 또다른 공룡 부실은행의 탄생이라는 점에서, 독자생존은 시장에서의 경쟁력 취약이라는 점에서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밝혔다.
결국 서울은행은 앞으로 국내 금융전업가를 표방하는 재벌과 인수 여력이 있는 시중은행의 각축전 속에서 진로를 모색할 수밖에 없게 됐다. 방향은 늦어도 올해 말까지 정립된다.
재벌의 서울은행 인수는 최근 은행법 개정으로 산업자본의 금융업 진출이 용이해지면서 한결 쉬워진 상황.
금융전업가 후보로 거론되는 재벌은 동양ㆍ동부ㆍ동원 등 '3D 그룹'과 교보 등 4개 정도. 이중 동원은 이미 그룹 내 금융부문 비중이 70%에 육박해 이를 5%만 더 늘리면 금융전업그룹(금융비중 75% 이상)으로 변신할 수 있고 동양그룹(금융비중 59%)은 동양메이저 매각 등으로 금융전문그룹으로 탄생할 수 있다.
정부 내에서는 그러나 아직까지는 재벌로의 매각보다는 다른 시중은행과의 합병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상황. 금감원은 7월 조흥ㆍ외환은행에 합병 가능성을 타진하기도 했다.
서울은행과의 합병을 계기로 두 은행에 추가 공적자금을 투입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는데다 또 하나의 대형 합병은행을 탄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조흥은행은 서울은행과의 합병을 계기로 본점을 대전으로 이전해야 하는 부담을 덜 수 있고 외환은행도 외환카드 매각실패와 하이닉스반도체의 부실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어 못 본 체하기는 어려운 입장이다.
한때 서울은행의 합병 파트너로 거론됐던 한미은행도 제3의 후보자로 잠재돼 있다.
김영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