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전력 때문에 언제까지 마음 졸여야 하나

폭염 속에서 전력수급 사정이 하루하루 살얼음판이더니 6일에는 급기야 예비전력이 300만kW에도 못 미치는 위기일발 상황까지 갔다. 전력위기 2단계인 '주의' 경보까지 발령됐다. 올 들어 예비전력이 400만kW 이하로 떨어져 '관심' 경보가 발령된 적은 있지만 '주의' 경보는 지난해 9월 블랙아웃(대규모 정전사태) 이후 처음이다. 정부는 전력품질 악화를 무릅쓰고 전압을 떨어뜨리는 비상조치까지 단행했다.


일단 급선무는 눈뜨고 블랙아웃에 빠지는 최악의 사태를 막는 일이다. 무엇보다 전국의 발전소들이 정상가동에 차질이 없도록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는 데 한치의 소홀함도 없어야 한다. 기록적인 폭염 속에서 100만kW급 발전소 1~2곳이라도 갑작스런 고장으로 가동을 멈춘다면 온 나라가 극심한 혼란에 빠진다. 다행히 고리원전 1호기가 재가동에 들어갔지만 이번주 말이나 돼야 최대 출력(59만kW)이 나오기 때문에 당분간은 전력수급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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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피크시즌이 끝나는 이번주 말부터는 더 큰 고비를 맞는다. 기업체와 공장들이 정상조업에 들어가면 전력수요는 급격히 늘어난다.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 어떻게 해서든 기업의 절전을 유도해 전력수요를 최대한 낮춰야 할 것이다.

국민들도 다소 불편하더라도 자발적 절전에 함께 나서는 시민의식이 요구된다. 6일 전력 비상사태는 '에어컨 관성효과'가 큰 영향을 미쳤다. 밤에 올림픽 경기를 보면서 틀어놓은 에어컨을 끄지 않고 그대로 둬 예년과 달리 한밤 이후에 전력수요가 급증하는 이상 패턴을 보였다는 것이다. 플러그를 뽑아 대기전력을 줄이고 에어컨 온도를 1∼2도 높게 설정하는 등 자발적 절전 노력과 인내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국민 개개인의 약간의 고통이 더 큰 고통을 막는 길이다.

전력사정이 이 지경이 되도록 정부는 대체 뭘 했는가. 지난달 말부터 폭염이 지속되면서 전력수급에 적신호가 켜졌음에도 원전고장은 반복되고 수요억제를 위해 시급한 전기요금 조정 문제도 몇 차례나 실기했다. 6일부터 인상된 요금이 적용된다지만 실제 절전효과는 고지서를 받아본 후에야 나타날 수밖에 없다. 국민과 기업들이 언제까지 이렇게 마음을 졸이고 살아야 하는지 정부는 즉각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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