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급선무는 눈뜨고 블랙아웃에 빠지는 최악의 사태를 막는 일이다. 무엇보다 전국의 발전소들이 정상가동에 차질이 없도록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는 데 한치의 소홀함도 없어야 한다. 기록적인 폭염 속에서 100만kW급 발전소 1~2곳이라도 갑작스런 고장으로 가동을 멈춘다면 온 나라가 극심한 혼란에 빠진다. 다행히 고리원전 1호기가 재가동에 들어갔지만 이번주 말이나 돼야 최대 출력(59만kW)이 나오기 때문에 당분간은 전력수급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휴가 피크시즌이 끝나는 이번주 말부터는 더 큰 고비를 맞는다. 기업체와 공장들이 정상조업에 들어가면 전력수요는 급격히 늘어난다.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 어떻게 해서든 기업의 절전을 유도해 전력수요를 최대한 낮춰야 할 것이다.
국민들도 다소 불편하더라도 자발적 절전에 함께 나서는 시민의식이 요구된다. 6일 전력 비상사태는 '에어컨 관성효과'가 큰 영향을 미쳤다. 밤에 올림픽 경기를 보면서 틀어놓은 에어컨을 끄지 않고 그대로 둬 예년과 달리 한밤 이후에 전력수요가 급증하는 이상 패턴을 보였다는 것이다. 플러그를 뽑아 대기전력을 줄이고 에어컨 온도를 1∼2도 높게 설정하는 등 자발적 절전 노력과 인내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국민 개개인의 약간의 고통이 더 큰 고통을 막는 길이다.
전력사정이 이 지경이 되도록 정부는 대체 뭘 했는가. 지난달 말부터 폭염이 지속되면서 전력수급에 적신호가 켜졌음에도 원전고장은 반복되고 수요억제를 위해 시급한 전기요금 조정 문제도 몇 차례나 실기했다. 6일부터 인상된 요금이 적용된다지만 실제 절전효과는 고지서를 받아본 후에야 나타날 수밖에 없다. 국민과 기업들이 언제까지 이렇게 마음을 졸이고 살아야 하는지 정부는 즉각 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