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포항공대 김진곤 교수

이 달의 과학기술자상 12월 수상자로 선정된 포항공대 화학공학과 김진곤(47) 박사는 두 온도 사이에서만 나노 구조를 형성하는 신 조합물질(블록공중합체)을 세계 최초로 발견, 나노기술(NT), 바이오기술(BT), 환경기술(ET) 발전에 초석을 다진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이 물질을 이용할 경우 미세한 형태의 초정밀 성형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섭씨 50~60도의 낮은 온도에서도 보다 매끄럽게 성형하고, 에너지를 대폭 절감할 수 있어 환경기술 개발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동일한 크기의 항체나 단백질을 정밀하게 걸러내는 등 바이오 분야에도 쓰임새가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재료분야의 세계적인 저널인 `네이처 머티리얼즈`는 김 박사의 논문을 소개하면서 `100년 동안의 수수께끼를 풀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며 극찬했다.㎚ 김 박사가 발견한 물질은 응고될 때 두 성분이 스스로 20~30 ㎚(나노미터=10억분의1m)의 일정 폭으로 번갈아 반복 배열되는 고분자 화학 조합물질(블록공중합체)중의 하나. 고분자 조합 물질의 95%는 고온에서 두 가지 성분이 융합되고 온도가 내려가면 나노의 폭으로 배열, 응고되는 특징을 갖고 있으며 20~30년 전에 발견됐다. 이 물질은 나노배열 특성에 따라 반도체 웨이퍼, 저장장치 등의 제조에 활용되고 있다. 최근 배열 폭을 4~5 ㎚까지 축소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돼 향후 테라급(1조배)의 저장장치까지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아스팔트 같은 탄성체나 반창고, 파스 등 점착제에도 널리 활용된다. 조합물질 중 나머지 5%는 일정 온도 밑으로 내려갈 때 두 성분이 융합되고 높아질 때나노구조를 형성하는 고분자 조합 물질로 10년전에 이미 발견됐다. 김 박사는 지난해 10월 두 온도(140~200도)밖에서는 두 성분이 융합되고 그 사이에서는 나노 구조로 응고되는 물질을 새로 발견하게 된 것이다. 이 물질을 구성하는 성분은 폴리스틸렌과 폴리펜틸메타크릴레이트(PS - PnPMA). 이 물질은 온도 외에 압력과 분자량에 매우 민감하게 변화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90도의 낮은 기온에서 50기압의 낮은 압력속에 쉽게 성형할 수 있는 특성을 갖고 있다. 그동안 프라스틱류 등 다양한 화학물품을 제조할 경우 200도 이상 가열해야 가능했지만 김 박사의 이번 연구로 저온 생산이 가능해져 에너지를 대폭 절감할수 있게 됐다. 또 200도 이상 고온 처리 때는 질량이 한 번 찍을 때마다 30%가량 줄지만 이 물질을 활용한 공법을 쓰면 10~20번이나 찍어도 줄지 않아 재활용을 겨냥한 물품에도 긴요하게 사용될 전망이다. 일정 온도를 넘기거나 그보다 낮아질 경우 양쪽을 컨트롤하는 온도, 압력센서로 활용할 수 있다는 추정도 나오고 있다. 동일한 크기의 단백질, AIDS 항체를 찾아내는 등 바이오분야와 태양전지 분야에서 까지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 연구 결과는 지난해 10월 고분자를 포함, 재료분야 최고 저널인 `네이처 머티리얼즈`에 소개된 데 이어 각 호에 실린 논문 중 우수 논문만 선정해 소개하는 하일라이트 `뉴스 앤 뷰`에도 상세히 소개됐다. 고분자 분야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고든 리서치 컨퍼런스에 초청돼 강연도 했다. 지난 6월 이 물질을 이용할 경우 섭씨 90도의 낮은 온도에서 50기압의 낮은 압력에도 고분자 가공을 해 획기적으로 애너지를 절감하고 재활용률도 높일 수 있다는 특징도 발견, 세계적인 과학저널 `피지컬 리뷰 레터`에 발표되기도 했다. "실패딛고 선 우직함의 승리" [인터뷰] “계속되는 실패에도 불구하고 꿈을 잃지 않고 우직하게 연구하는 자세를 가진 게 뜻하지 않은 큰 성과를 얻은 것 같습니다” 김진곤 박사는 일정 온도 사이에서 나노구조를 띠는 물질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획기적인 연구성과에 대해 겸손함을 보였다. 지난 80년대 후반 미국 뉴욕공대 박사 과정을 밟으면서부터 고분자 조합물질 연구에 착수했던 그는 한 때 연구를 포기할까 고민을 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이 분야 연구자들이 극히 드물었고 기업들도 94년에야 아스팔트용 첨가물로 조합 물질을 처음 생산하는 등 관심 밖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희망을 잃지 않고 연구를 지속했다. 포항공대 같은 좋은 시설을 가진 곳에 재직하면서는 뭔가를 하지 않으면 죄짓는 것이라는 생각도 했다. 98년께 드디어 어떤 구조를 가지면 이 같은 물질이 나올 것이라는 감이 잡히기 시작했다. 때마침 99년께부터 해외 한 화학회사가 실험용 물질인 `모노마`를 팔기 시작했고 이를 이용해 수많은 실험을 할 수 있게 됐다. 결국 2001년 5월께 분자량을 조절해 이 같은 성질을 띨 것으로 예상되는 조합물질 150여개를 만들었으며 이 가운데 5개에서 이같은 성질을 발견할수 있었다. 그는 연구를 함께 도와준 제자들에 대한 감사함을 표하면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대체로 산 중턱까지는 굉장히 빨리 오지만 그때부터 큰 벽에 부닥치고 대부분 벽을 넘어서려 하기보다는 피해가려는 방법을 찾느라 주변을 맴돌며 3~4년을 허비한다는 것이다. 실패를 하면 안된다는 고민도 피할 수 없지만 무엇보다 실패를 거듭하면 할 수록 그만큼 성공의 근처에 다가와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인터넷 시대에는 정보가 신속하게 이동하는 만큼 한국내 1등은 의미가 없다”며 “글로벌 차원에서 이너서클에 있으면서 그들이 무엇을 하고 있고 무엇을 고민하고 있는지를 잡아내고 그들이 하지 않는 것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약력 ▲80년 서울대 화학공학과 ▲82년 한국과학기술원 화학공학과 ▲82년 새한 주임연구원 ▲84년 방수 투습용 폴리우레탄 코팅 개발 ▲88년 뉴욕공대 고분자 전공 최우수 학생상 수상 ▲90년 뉴욕공대 화학공학 박사 ▲91년 LG화학 선임연구원 ▲94년 포항공과대학 조교수 ▲97년 포항공과대학 부교수 ▲2000년 미국 메사추세츠주립대학 방문교수 ▲2003 포항공대 정교수 <오현환기자 hhoh@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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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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