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스포츠팀 운영(한국 기업문화를 찾아서)

◎운동통해 그룹 일체감 조성/이미지 제고·노사화합 등 부수적효과 막대/나래·SK텔레콤·한솔 등 창단·인수 경쟁프로야구가 출범할 때의 일이다.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프로야구 창단을 권유하는 경영진의 설명을 들은 뒤 이렇게 말했다. 『치고(타자), 죽이는(수비) 운동 아닙니까.』 그 뒤 현대가 「치고, 죽이는」운동에 참여한 것은 95년 태평양돌핀스를 인수하면서다. 물론 4백60억원이란 거금을 들인뒤. 인수 직후 현대는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면서 돌풍을 일으켰고, 투자자금은 단숨에 회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명예회장도 야구단 인수는 성공적이라고 말했다. 현대는 야구단 인수로 지금까지 그 기회를 거의 가져보지 못한 그룹임직원의 일체감 조성, 야구 특유의 정교함과 시스템화, 긍정적 이미지 조성 등 여러가지 부수적인 성과를 거두었다. 당시 인수전에서 앞서 교섭을 펼쳐왔던 대우그룹이 그뒤 크게 후회를 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더구나 태평양의 지역연고인 인천은 대우의 전략적 거점. 대우는 『태평양야구단을 인수했다면 노사관계, 생산성, 그룹분위기 등이 지금보다 훨씬 좋아졌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스포츠팀 운영을 통한 기업문화의 중요성을 잘 설명해 주고 있다. 기업문화에서 스포츠의 비중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별로 알려지지 않은 나래이동통신은 「나래블루버드」라는 농구팀으로 바람을 일으키면서 순식간에 모든 청소년들로 부터 사랑받는 회사로 발돋움했다. 이 회사의 이미지가 탄력적이고, 역동적으로 비쳐지고 있는 것도 블루버드의 덕이다. 최근 SK텔레콤이 아직 한번도 경기를 갖지 않은 진로농구단을 2백억원에 전격 인수한 것은 이런 점에서 보면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다. 특히 최근 매각방침을 확정한 기아엔터프라이즈 농구팀을 한솔그룹이 「현찰 5백억원」을 주고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농구가 청소년을 중심으로 갖고 있는 좋은 이미지, 내부적으로 일체감을 조성할 수 있는 기업문화적 측면이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 더구나 기아팀은 프로농구 원년의 챔프로 「청년정신」과 「정상」을 추구하는 한솔의 이미지와 기업문화에 들어맞는다는 분석이다. 만일 한솔이 기아를 최종 인수, 올해 다시 정상을 차지한다면 여러기업을 인수합병한 한솔은 다른 조치없이도 한가족의식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박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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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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