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8월 9일] 큐레이터 고용안정 절실

한국큐레이터협회는 지난 7월30일자로 성명서를 발표하고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실장으로 근무해온 박천남씨의 계약직 해지에 대한 입장을 표명했다. 박 전 실장은 호암미술관과 로댕갤러리ㆍ서울시립미술관 등에서 근무했고 지난해 공개채용으로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이 됐다. 지역문화 발전을 위해 나름대로 의욕적으로 일했다고 생각해온 그는 그러나 1년 만에 뚜렷한 이유 없이 일방적인 계약만료 통지를 받았다. 큐레이터협회는 이에 ‘1년 계약직’ 채용을 철폐하고 해지 근거 및 당사자 소명기회를 요구했다. 아직까지 부산시와 부산시립미술관 측은 묵묵부답이다. 큐레이터는 ‘미술관의 꽃’이라 불리는 선망의 대상이다. 최근 한 취업 관련 포털사이트의 조사에 따르면 ‘5년 뒤 유망직업’ 8위에 오를 만큼 전망도 밝다. 정부 주요인사가 연루된 ‘신정아 사건’ 때는 큐레이터에 대한 판타지마저 생겼을 정도다. 하지만 노동강도로 보면 이들의 실상은 말 그대로 ‘물위의 백조’다. 수면 위는 우아해보이지만 전시가 임박하면 사흘간의 철야작업은 보통이고 짐 나르듯 그림을 옮기고 직접 못도 박아야 한다. 게다가 계약형태로 따지면 파리목숨과 진배없다. 공개채용으로 뽑힌 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도 매년 재계약을 해야 한다. 실적평가 후 계약해지(해고) 통보를 받으면 손을 쓸 수도 없다. 한 중견 큐레이터는 “인사권을 가진 관장이 정치적 이유, 학연 등으로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점이 치명적으로 불안하고 중장기 전시기획은 기대도 못한다”고 지적했다. 2006년 정준모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이 관장과의 갈등으로 해직된 것도 유사한 사례다. 사립미술관의 일방적인 계약해지는 더욱 심각하다. 한 현직 큐레이터는 근무 중이던 사립미술관 관장으로부터 이유없이 해고를 당했고 2년여 법정공방 끝에 최근 대법원에서 승소했다. 해당 미술관에는 원고에게 해직 기간 중의 임금 지급 및 복직처분을 하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선진국 미술관은 미술관 전체 운영의 큰 그림을 그리는 관장과 전시기획 권한을 가진 학예연구사의 독립성이 엄격히 존중된다. 국내 미술관 같은 상하 구조에서는 자발적인 큐레이터의 역할 수행이 어려울 뿐더러 문화기획의 장기적 전략도 기대하기 힘들다. 미술문화 콘텐츠의 핵심 인력인 큐레이터에 대한 안정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