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워싱턴 1차협상에서 31일 새벽 최종협상에 이르기까지 한미FTA 양국 협상단은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쟁을 치렀다. 한시도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못한 협상주역들도 회담 막바지에 이르면서 극심한 체력소모를 정신력으로 버텨냈다. 지난 26일부터 시작된 고위급 협상에 본격 모습을 드러낸 김현종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카란 바티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는 막후에서 협상을 총지휘한 양측 협상단의 마에스트로다. 미국 컬럼비아대 동문으로 변호사와 대학교수를 지내는 등 비슷한 이력을 보유하고 있다. 김 본부장은 노무현 대통령을 직접 설득해 한미FTA 협상 출범을 이끌어낸 장본인이다. 컬럼비아대에서 국제정치학을 전공하고, 같은 대학 로스쿨을 졸업했다. 85년 미국에서 변호사 자격을 취득, 현지 로펌에서 일하다 89년 고국으로 컴백했다. 이후 95년 외교통상부 통상자문 변호사를 맡아 정부와 인연을 맺은 뒤 세계무역기구(WTO)에 진출, 법률국 수석 고문 변호사 등을 지내다가 노무현 대통령 인수위 시절 통상현안 보고 과정에서 주목을 받으며 2003년 5월 통상교섭조정관(1급)으로 발탁, 이듬해 7월에 본부장으로 승진했다. 인도계 미국인으로서는 행정부내 최고위직에 올라있는 바티아 부대표는 프린스턴대를 나와, 컬럼비아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로펌에서 경력을 쌓았다. 이어 99년부터 4년간 조지타운대에서 교수생활을 하기도 했다. 바티아 부대표는 한ㆍ미FTA 현안을 잘 꿰뚫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합리적인 성향이어서 김 본부장과 손발이 잘 맞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김 본부장이 FTA 산파역할을 했다면 김종훈 수석대표는 웬디 커틀러 USTR 대표보를 상대로 최전선에서 접전을 벌이며 FTA의 밑그림을 세세히 그려낸 설계사로 실질적인 주역이다. 외무고시 8회인 김 대표는 2005년 부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고위관리 의장을 맡아 APEC의 성공적 개최를 이끈 외교부 내 최고의 통상 전문관료로 꼽힌다. 커틀러 대표는 USTR 내에서 아시아통이다. 조지워싱턴대에서 학부를 마치고 조지타운대 통상서비스 석사를 받은 뒤 83~88년 미 상무부에서 근무했다. 상품 분과장을 맡은 이혜민 FTA기획단장 역시 정통 통상관료다. 북미통상과장과 OECD 공사참사관, 지역통상협력관 등을 역임했다. 산업자원부 김준동 FTA팀장은 미측 협상단과 국내 산업계 사정에 정통해 이 단장과 함께 광범위한 상품협상을 이끌기도 했다. 농업은 배종하 분과장(농림부 국제농업국장)이 진두지휘했다. 배 분과장은 협상장을 나올 때면 늘 웃음을 잃지 않고 편안한 어조로 기자들을 상대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금융분과장인 신제윤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장와 서비스분과장인 김영모 재경부 통상조정과장도 전문성과 오랜 협상경험을 살려 높은 점수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