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더블 클릭] 시원 차림(쿨 비즈)


'노타이는 예의가 아니다. 장관들은 외국신사분을 자주 만나지 않는가.'1964년 이맘때쯤 민선 대통령 취임 반년을 맞는 박정희 대통령이 대혁신운동의 일환으로 제시한 노타이 차림에 대한 공무원들의 반응이다. 반발은 정일권 국무총리에 의해 가라앉았다. 외무부 장관을 겸임하던 그가 노타이를 선언하자 모두 따를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흐지부지됐다는 점. 관습에 막혔던 노타이가 일반화한 것은 10년 뒤인 1974년 여름부터다. 1차 석유위기가 노타이를 불렀다.


△정홍원 총리가 에너지 절약을 위해 엊그제 넥타이를 풀었다. 아시아나 항공도 여름 복장인 '쿨 비즈'에 들어갔다. 쿨 비즈란 '시원하다'또는 '멋있다'라는 의미의 쿨(cool)과 비즈니스를 합친 조어(造語). 2005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 시절에 일본에서 만들어져 세계적 보통명사로 자리 잡았다. 일본에서 에너지 절약 의상 전파에 앞장섰던 인물은 오히라 마사요시 전 총리. 한일국교 정상화 협상에서 '김종필-오히라'메모의 당사자였던 그는 1979년 2차 석유위기를 맞아 반팔 셔츠에 노타이 차림을 공무원들에게 강권했으나 먹히지 않았다. '어색하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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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교권 국가로 의관을 중시한 습성이 배어 있기 때문일까. 한국에서도, 일본에서도 노타이가 자리 잡는 데는 적지 않은 세월이 걸렸다. 공자의 식생활을 기록한 논어의 향당(鄕黨)편에는 군자가 갖춰야 할 옷차림이 자세하게 나온다. 조선의 선비가 두루마기와 갓 없이 외출하는 일이 없던 것처럼 일본의 사무라이는 개항 후 칼의 패용이 금지되자 목검을 차고 다닐 만큼 외양을 중하게 여겼다.

△쿨 비즈마저도 요즘은 옛말이다. 반팔 정장에 반바지, 맨발에 샌들 차림의 슈퍼 쿨 비즈까지 나왔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직후 일본에서 시작된 슈퍼 쿨 비즈는 젊은 층의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지만 공직사회에서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지난해 여름에는 서울시의 반바지 착용 허용을 놓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원전 8기가 잠자고 여름 성수기에도 3기의 가동이 불투명한 전력수급 위기에서 논란은 더욱 거세질 것 같다. 결말이 어찌 날까. 세월을 기다리기에는 전력상황이 다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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