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기업의 핵심 자산인 베트남 '랜드마크72' 건물 매각을 놓고 경남기업 채권단과 빌딩 건설을 지원한 대주단 간에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비싸게 건물을 팔아 손실을 메우길 원하는 채권단과 달리 1순위 채권 변제권을 갖고 있는 대주단은 조속한 채권회수가 급한 탓이다. 특히 이런 구도 속에서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가 투자 기회를 엿보고 채권단과 대주단의 틈바구니를 비집고 들어가면서 채권회수를 둘러싸고 얽히고설킨 실타래는 더 꼬이고 있다.
27일 금융계에 따르면 수출입·신한은행 중심의 경남기업 채권단과 우리은행 중심의 랜드마크 대주단이 랜드마크72의 처리를 두고 충돌하고 있다. 이 건물은 경남기업 자회사인 특수목적회사(SPC)에서 관리하고 있는데 대주단은 총 5,200억원을 SPC에 대출해줬다. 지금까지 이자를 합치면 채권 총액은 약 6,000억원 정도. 그런데 최근 골드만삭스가 6,000억원을 대주단에 지급하고 대주단의 권리를 승계하겠다고 밝히면서 채권단과 대주단 간에 틈이 벌어지고 있다. 대주단으로서는 건물이 언제 팔릴지 기약할 수 없는 상황에서 솔깃한 오퍼가 들어온 셈.
골드만삭스는 대주단의 권리를 승계한 뒤 내년 6월이 만기인 채권을 곧바로 디폴트(채무불이행)시켜 연 20% 수준의 연체이자를 SPC에 물리고 건물 매각 시 대출원금과 고리의 이자를 다 가져가겠다는 속내다. 금융계의 한 고위 인사는 "랜드마크의 모기업인 경남기업이 법정관리에 들어갔기 때문에 대주단에게는 자기 보유 채권을 디폴트시킬 수 있는 권한이 있다"며 "이런저런 눈치를 봐야 하는 국내 은행과 달리 골드만삭스는 철저히 투자 관점으로 접근할 수 있어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경남기업에 1조원가량 물려 있는 채권단의 반대다. 공식적으로는 경남기업 회생 재원 마련이 반대 명분이다. 하지만 이보다는 기존 대주단이 이자 비용 감소와 통제 측면에서 낫다는 실리적인 이유가 더 강하다. 채권단은 일단 건물 매입 의사를 밝힌 카타르 투자청과의 매각 협상에 치중하고 있다. 채권단의 희망 매각가격은 8,000억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주단은 "카타르 투자청이 1년 전부터 매각 협상을 해왔는데 진척이 없었다"면서 "그 가격에 계약이 성사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매각 협상 진척 상황에 따라 대주단이 골드만삭스와 계약에 나서겠다며 채권단을 압박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골드만삭스도 대주단에 무작정 매각 협상을 기다릴 수는 없다고 통보한 상태다. 금융계의 한 고위 인사는 "대주단으로서는 골드만삭스와의 계약이 물 건너가고 건물 매각 협상도 결렬될 경우 낙동강 오리알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며 "이 경우 채권단과 대주단이 책임 소재를 놓고 또 한 번 소동을 치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