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가 국제채권단과 채무 기한인 6월30일(현지시간)까지 긴박한 막판협상을 벌였지만 결국 국제통화기금(IMF)의 채무를 갚지 못해 서방 선진국 중 처음으로 기술적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졌다.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IMF는 그리스가 이날까지 갚기로 한 채무 16억유로(약 2조원)를 상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IMF 71년 역사상 선진국이 채무상환에 실패한 것은 그리스가 처음이며 IMF 역대 채무상환 실패 규모(16억유로)도 최대라고 지적했다. 지금까지 IMF에 채무를 갚지 않은 국가는 수단·소말리아·짐바브웨 등 최빈국뿐이다.
그리스는 이날 디폴트를 막기 위해 기존 구제금융을 단기간 연장해줄 것을 요구하는 동시에 2년간 국가채무 상환용 자금을 지원해달라는 내용의 '3차 구제금융'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협의체)은 긴급 전화회의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했지만 결국 구제금융 연장 요청을 거부했으며 3차 구제금융 안건은 1일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하지만 최대 채권국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그리스가 국민투표를 하기 전까지 새로운 제안에 대해 협상하지 않겠다고 밝혀 난항이 예상된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그리스 국민투표가 시행되는 5일 이전에 독일은 3차 구제금융안을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협상불가 방침을 밝혔다.
국제신용평가사들은 잇따라 그리스의 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피치는 이날 국가신용등급을 'CC'로 한 단계 강등했으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전날 국가신용등급을 투기(정크) 등급인 'CCC-'로 한 단계 낮췄다.
한편 이날 글로벌 금융시장은 예견된 악재에도 차분한 모습이었다. 독일과 영국 등 유럽 주요국 주식시장은 1%대의 하락폭을 기록해 소폭 내림세로 장을 마쳤다. 이날 뉴욕증시는 나스닥지수가 0.57% 오르는 등 오히려 상승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그리스의 기술적 디폴트가 이미 충분히 예견된 일인 만큼 시장에 미치는 충격의 강도가 약화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