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은행이 환투기를 부추긴다고?

한국은행은 최근 ‘선물환시장 수급불균형’이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해 기승을 부린 선물환 투기의 배후로 은행을 지목했다. 은행들이 조선업체 등 수출기업들을 찾아가 ‘원ㆍ달러 환율이 하락할 것’이라며 과도한 선물환 매도를 부추겨 수수료 이익을 챙겼고 결국 선물환 시장 쏠림현상을 야기했다는 지적이다. 통화당국이 비정상적인 외환시장 상황을 체크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번 자료를 보면 외환시장을 바라보는 한은의 시각이 편향돼 있을 뿐 아니라 외환시장의 실상을 명확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외환시장은 국내은행은 물론 세계 유수의 투자은행들이 시시각각으로 한 푼이라도 더 많은 환차익을 남기기 위해 24시간 사투를 벌이는 전장이다. 한은은 신한은행 등 6개 은행이 지난 2006년부터 1년 9개월 동안 총 2,453개업체를 무려 1만802회나 방문한 것을 환투기를 부추긴 증거(?)로 제시했다. 은행의 외환담당자들은 ‘외환영업 실태를 모르거나 외면했기 때문’이라는 반응을 보인다. 은행 외환담당자는 각종 외환상품을 판매하기 위해 수시로 업체를 찾아가 재무담당자에게 프리젠테이션을 하거나 애로사항을 듣는다. 말 그대로 ‘고객관리’다. 더구나 한은 지적대로라면 1개 업체를 반년에 한번 꼴로 찾아간 것으로 수치상으로도 결코 많은 게 아니다. 오래전부터 유능한 은행 외환딜러들이 대기업으로 자리를 옮겨 직접 외환업무를 맡고 있어 은행 영업이 아니더라도 웬만한 기업은 자체적으로 외환거래에 참여하고 있을 정도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글로벌 달러 약세로 모두 원ㆍ달러 환율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고 이런 전망에 따라 선물환을 매도했던 것이다. 한은이 수출기업 수주대금, 은행의 외화차입 등으로 국내로 대거 유입되는 달러화 때문에 국내 유동성이 급증하고 이에 따라 인플레이션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십분 이해한다. 이런 마당에 선물환 영업을 통해 달러화 수요를 촉발시키는 은행이 얄미울 것이다. 하지만 이럴수록 감성적 접근보다는 치밀하고 냉정한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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