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IMF 한파… 중소업계 처절한 생존투쟁

◎공장팔아 빚갚고… 관리비 줄이고…/한계사업 정리·감원·임금동결은 기본/“인건비 부담 축소” 온가족 동원하기도/공장이전·합작사 설립 등 해외시장 개척 ‘온힘’올 연말 성탄절은 어느때보다도 춥고 쓸쓸할 것 같다. 거리엔 캐롤송도 울리지 않고 있다. 빚에 쪼들려온 주식회사 대한민국이 결국 부도 일보직전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경제활동이 마비상태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부도를 모면해도 기업마다 대량 감원사태와 조직축소가 불을 보듯 뻔하다. 서슬이 퍼런 IMF(국제통화기금)가 한국경제를 손에 쥐고 마구 흔들어 대고 있는 상황에서 중소기업들은 생존 그 자체를 위해 어떻게 헤쳐 나갈지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다. IMF 구제금융에 따른 중소기업의 현황과 구조조정 실태를 긴급 점검한다.<편집자주> ▷자금난 심화◁ IMF는 현재 구제금융 이행조건으로 여러가지를 제시하고 있지만 크게 재정및 통화의 긴축운영, 투자억제, 부실채권 정리등으로 압축될 수 있으며, 이는 곧장 금리인상 압박요인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이에따라 중소기업은 기존 자금조달상의 어려움위에 설상가상으로 금융비용 추가부담이라는 악재까지 떠안아야 할 형편이다. 특히 금융기관간 인수·합병이 본격화되고 여신심사가 한층 강화되면 신용및 담보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의 자금난은 도를 더할 수 밖에 없다. 금융지원 또는 금융기관의 자율성및 건전성 제고라는 명분하에 이루어질 중소기업에 대한 의무대출비율 축소, 무역금융등 중소기업금융지원제도의 축소 조정등도 당장 발등의 불이다. ▷정부지원 위축◁ 단체수의계약제도, 고유업종제도의 축소및 폐지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IMF는 각종 경쟁제한적인 지원제도의 축소를 요구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세부담 증가로 인한 채산성 악화도 문제다. 긴축재정과 흑자재정운영은 뗄 수 없는 병행조건임을 감안하면 중소기업에 대한 조세감면 또한 상당부분 폐지 또는 축소가 불가피하다. 부실금융기관의 정리, 기업의 인수·합병(M&A) 촉진, 부실기업의 과감한 퇴출등 산업구조조정의 가속화 여파로 부실대기업의 협력업체 연쇄부도 역시 배제하기 어려운 현안이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나타날 노사마찰 역시 복병이다. 기업은 강도높은 해고보다는 임금동결및 감축에 비중을 둘 가능성이 높아 노사간 대립이 심화될 개연성이 있다. ▷계열사 정리◁ 기업 구조조정은 한계사업 포기및 계열사 정리에서 표면화되고 있다. 구두업체 엘칸토는 최근 싯가 3백억원 상당의 경기도 하남시 소재 제화공장을 매각했다. 엘칸토는 이 자금을 종금사의 단기자금 상환에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엘칸토의 계열사인 (주)브랑누와 역시 최근 하월곡동 소재 제화공장을 처분하고, 사옥 역시 명동의 엘칸토 본사로 이전하는 조치를 취했다. 대웅제약은 여자실업농구단을 매각키로 했다. 여자농구는 현재 프로화가 추진중인데, 년간 10억원 이상의 유지비가 들어 간다. 대웅제약의 한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협상이 진행중인 것은 아니지만 농구실력이 실업팀 가운데 4위 정도여서 다른 대기업의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이라면서 『매각에는 경기도 용인의 체육관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신규투자 연기◁ 투자비가 많이 들고 위험부담이 높은 첨단업종에 진출하려던 중소기업들은 신규투자를 신중히 고려중이다. 벤처기업들 역시 업종전환 또는 조직개편등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대표적 벤처기업인 팬택의 경우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사업부문별로 나눠져 있던 연구개발(R&D)조직및 영업조직을 단일조직으로 흡수·통합했다. 팬택은 특히 한계사업을 과감히 정리, 당분간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디지털 휴대폰과 개인휴대통신(PCS) 단말기 생산에 주력할 방침이다. 반도체장비업체인 디아이는 긴축경영이 불가피해짐에 따라 신규사업으로 정해놨던 LCD사업 진출시기를 늦추고, 기존 반도체검사장비 사업부문에 집중키로 했다. 이밖에 씨앤에스테크놀로지는 주문형 반도체(ASIC) 칩의 고성능화에 주력하는등 상품성 제고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으며, 기인시스템은 외형중심의 사업방향을 순익위주로 전환키로 했다. ▷인원감축 확산◁ 중소기업 구조조정에 있어 가장 우선적인 과제는 인원감축이다. 무엇보다도 단기간내에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일부 영세업체들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단순업무에 투입되는 인력을 가족들로 대체하는등의 고육지책을 쓰고 있기도 하다. 최근 두원공조등 일부 계열사의 인원감축을 단행한 두원그룹은 연말에 또다시 20% 이상을 줄일 계획이다. 이렇게 될 경우 두원그룹의 인원감축 폭은 올들어서만 30%에 이를 전망이다. 농기계업체 대동공업은 올해안으로 인원감축을 위한 구체적인 작업에 들어갈 계획인데, 사내에서는 벌써부터 서울지사 인원의 20%를 감원한다는 소문이 돌아 뒤숭숭한 상태다. 동양기전은 현재 전임직원의 임금을 동결시킨 상태인데, 연말이후 10% 정도의 인원을 감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강제화 계열사인 (주)대양의 경우도 10% 인원감축을 포함한 구조조정에 착수한 상태다. ▷추가경비 삭감◁ 경비 절감 역시 구조조정의 주요 대상. 에스콰이아는 기존 3개월 단위로 운영하던 자금계획을 1개월 단위로 단축하고 추가예산 집행은 불허키로 했다. 또한 접대비및 회식비를 전액 삭감했다. 대동공업은 출장시 한등급 낮은 숙박비를 제공하고 있으며, 경기도나 강원도등 가까운 지역에 AS를 나가는 경우에는 아예 숙박비를 지급하지 않고 있다. 또한 유류비는 20%, 동아리 보조금은 50% 삭감했다. ▷수출위주 경영◁ 내수에서 수출로 무게중심을 옮기는등 수출을 통한 활로 모색도 구조조정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전자부품업계나 자동차부품업게의 경우 세트메이커인 대기업의 생산과 투자 감축으로 내수 부진현상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살길을 수출에서 찾고 있다. 자동차용 클러치부품 생산업체인 평화발레오는 최근 미국 자동차업체들의 공동 품질인증 시스템인 QS 9000 인증 획득을 게기로 전체 매출중 수출비중을 40%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전선업체인 대성전선은 올들어 지난 7월 탄자니아 전력청과 공동으로 2백70만달러를 투자해 전력케이블업체를 설립한 것을 계기로 아프리카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기로 했으며, 일본시장에도 합작회사 설립을 통한 시장개척에 나설 방침이다. 자켓, 스포츠웨어등 의류제품과 우모(오리털) 가공사업을 하고 있는 태평양물산의 경우 내수시장은 고급품으로 특화하고, 중·저급품은 해외에서 생산하는등 이원화 전략을 구사중이다. 이와관련, 태평양물산은 올들어 지난 7월 베트남 하노이 의류공장에 1백50만달러를 추가투입, 우모 생산라인을 증설했다. 태평양물산은 미얀마에도 내년까지 6백만달러를 투자, 의류·우모·폴리에스터패딩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중소기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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