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추락하는 금융산업, 날개는 없나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국가경쟁력 보고서는 한국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144개 조사 대상국 중 80위로 평가했다. 은행건전성 부문은 122위로 최하위 수준이다. 동북아 금융허브를 주장하던 지난 2003년만 해도 경쟁력이 23위였으나 연속 추락하고 있다. 홍콩·싱가포르·일본·대만은 1·2·16·18위로 최상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동아시아에서 한국만 낙후돼 있다.

은행 18개 중 15개 국유 '낙하산구조'


저축은행 사태, 동양증권 사태, 개인정보유출 사태, KB금융 사태 등 후진국형 금융사고가 연이어 발생해 금융산업의 순이익도 해마다 악화되고 있다. 은행 순이익은 2011년 10조6,000억원에서 2013년에는 4조9,000억원으로 55% 감소했고 같은 기간 생명보험은 3조4,000억원에서 2조1,000억원으로, 손해보험은 2조4,000억원에서 1조5,000억원으로, 신용카드는 2조1,000억원에서 1조8,000억원으로, 증권사는 1조8,000억원 흑자에서 2조3,000억 원 적자로 모든 권역에서 크게 나빠지고 있다.

규모면에서도 우물 안 개구리에 불과하다. 세계 은행 중 기업은행 109위, 하나금융 84위, 우리금융 75위, 신한금융 69위, KB금융 68위로 50권 내에 드는 곳은 하나도 없다. 글로벌화도 미미하다. 영업이익 중 해외 영업이익 비중이 스위스 57%, 영국 51%, 일본 19%, 중국 8%인데 한국은 4%에 불과하다. 한국에서 영업하던 외국 금융기관들도 한국을 떠나는 등 국제금융센터로서의 기능 또한 해마다 쇠퇴하고 있다.


한국 금융산업이 이처럼 추락하는 데는 △주인 없는 은행 경영진의 심각한 대리인 문제 △낙하산인사와 취약한 지배구조 △금융혁신을 저해하는 과도한 규제 △독립성 약한 금융감독 체계 △예대마진에만 과도하게 의존하는 수익구조 △정권마다 등장하는 정치금융 △리스크 관리 미비에 따른 사고빈발과 부실증가 △고비용 저효율 구조 심화와 표류하는 구조조정 △수익기반 취약한 해외진출 △금융과 정보기술(IT) 융합을 저해하는 규제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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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한국 은행들에 주인이 없다는 점이 문제의 출발점이다. 흔히 한국에서 왜 금융의 삼성전자는 나오지 않느냐고 지적하기도 한다. 전자·자동차 등 제조업과 금융업의 가장 큰 차이점은 제조업은 주인이 있는 반면 금융업, 특히 은행에는 주인이 없다는 점이다. 이 문제를 그대로 두고는 한국에서 금융의 삼성전자가 나오기는 요원하다. 한국의 18개 은행 중 외국계 2개 은행과 외국계가 최대주주인 대구은행을 제외한 15개 은행은 정부나 예금보험공사·국민연금이 사실상 소유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경영진이 낙하산으로 내려온 경우 금융기관의 이익보다 임명권자의 의중을 먼저 살필 수밖에 없다. 수익성이 개선될 리 없다.

산업자본은 금융을 소유할 수 없다는 금산분리 제도가 엄격하고 은행법상 동일인소유한도가 엄격히 제한되고 있다.

시대 역행하는 금산분리 완화 필요

모바일폰 제조업체, 전자상거래 업체, 포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체들이 정보통신기술 발달에 힘입어 지급결제, 예금대출, 금융상품 판매, 증권거래 등 금융업에 속속 진출하고 있는 금융·IT 융복합 시대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여전히 금산분리가 위세를 떨치며 금융산업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

이처럼 낙후된 금융산업을 한국 경제 성장을 선도하는 고부가가치 서비스 산업으로 발전시켜려면 △금산분리 완화와 주인 찾아주기 △ 낙하산인사 청산과 지배구조 개선 △ 규제혁파로 금융혁신 도모 △금융감독 독립성 강화 △새로운 수익모델 개발 △정치금융 지양 △리스크 관리 강화 △고비용 저효율구조 개선과 구조조정 추진 △해외진출 수익모델 개발 △금융·IT 융합 관련 규제 혁파 등이 적극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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