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던 종합주가지수 상승세에 이상기류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미국 증시가 급등세를 보였지만 종합주가지수가 약세로 기울었을 뿐 아니라 주도주로 부각됐던 IT(정보기술)주 역시 미국발 `시스코 효과`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를 제외하곤 대부분 약세를 보였다.
외국인 매수행진이 지속되고 있지만 “지수가 상승세를 타면 시중자금도 증시로 몰릴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상과 달리 고객예탁금은 10조원에 겨우 턱걸이를 하고 있다.
여기에 낙관적인 전망을 쏟아내던 외국계 증권사 가운데 일부에서 상승한계론을 제시하기 시작했다. 이런 변화 속에 트리플위칭데이(선물ㆍ옵션ㆍ주식옵션 동시만기일)와 맞물려 시장에 나와야 할 매수차익거래 잔액이 1조원을 넘고 있는 점도 시장의 부담으로 떠오르고 있다.
외국인 매수세가 지속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급락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추가상승 역시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 `시스코 효과` 빗겨간 서울 증시=4일 종합주가지수는 외국인 순매수에도 불구하고 전일보다 2.17포인트(0.28%) 하락한 764.15포인트를 기록, 이틀째 하락세를 이어가며 사실상 조정국면에 진입했다. 특히 전일 노동절 휴일을 마치고 개장된 미국증시가 `시스코`의 낙관적인 실적전망을 재료로 IT주가 대거 상승세를 타면서 오름세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종합주가지수가 하락세를 보이면서 `추가상승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외국인은 이날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다시 매수에 나서 모두 2,150여억원 어치의 주식을 사들였지만 프로그램 매물과 개인투자자의 경계성 매도주문에 밀려 종합주가지수는 약세로 기울었다. 오현석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IT주가 이미 급등한 상태에서 가격부담을 느끼고 있어 재료가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새로운 계기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체감경기` 악화를 우려하는 개인투자자=외국인이 지속적인 `바이 코리아`에도 불구하고 개인 투자자들의 증시 외면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점도 부담으로 지적됐다. 종합주가지수가 상승세를 타면 시중 자금이 자연스럽게 증시로 몰릴 것으로 기대했지만 내수침체의 여파로 체감경기가 여전히 악화 상태에 있다는 점이 부담으로 떠오르고 있다. 김영익 대신경제연구소 투자전략실장은 “일부 경기선행지수는 개선될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개선될 기미가 없어 일반 투자자들이 증시회복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부동산 가격이 다시 들썩이는 점도 증시자금 유입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강남지역 아파트가격은 가을 이사철을 맞아 급등세로 돌아서 지난해 말과 같은 `부동산 열풍`이 재현될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반면 고객예탁금은 8월초 10조1,531억원에서 지난 2일에도 10조340억원으로 큰 변동을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미수금은 7,000억원 대에 달해 연중 최저 수준인 3,000억원 대의 두 배를 넘어섰다.
◇일부 외국계 증권사, 800선 한계론 제시=여기에 긍정적인 전망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황소장세`를 선도했던 일부 외국계 증권사가 향후 전망에 대해 부정적인 보고서를 내놓기 시작한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JP모건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저금리 지속과 자본수익률 상승세를 감안할 경우 아시아시장은 추가상승할 여력이 있다”고 전망했지만 한국증시는 800선이 상승 한계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직까지 다른 외국계 증권사는 여전히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어 큰 파장은 없겠지만 낙관론 일색에서 벗어났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으로 보인다.
또 오는 9일 트리플위칭데이을 앞두고 매수차익거래 잔액이 1조원에 육박하고 있는 점도 단기수급에 부담이 되고 있다. 실제로 이날도 1,540억원에 달하는 프로그램 순매도가 상승세의 발목을 잡았다.
따라서 당분간이나마 증시에서 한 발짝 물러서 추석연휴를 넘기고 외국인의 투자강도를 지켜보며 투자전략을 재점검하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조영훈기자 dubbch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