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제2의 중동특수’ 열린다] 민ㆍ관 공조 전략적 시장접근 필요

서울경제신문은 이라크전이후 예측되는 중동지역의 경제적변화에 대한 우리의 대응전략에 대해 기업과 정부, 학계의 중동 전문가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번 좌담회에서 홍성민 중동경제연구소장은 “이라크전 이후 예상되는 중동지역의 개발특수와 거대한 소비시장을 우리 기업들이 공략하기 위해서는 민ㆍ관합동의 전략적인 시장 접근이 필요하다”며 “우리 기업들끼리 과당 경쟁을 벌여 국가 이미지를 실추시켜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김창래 대우인터내셔널 전무는 “정ㆍ경일치 사회인 중동에 기업들이 진출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고, 이승훈 산업자원부 무역정책국장은 “이미 중동진출지원 전략이 마련돼 있으며 앞으로 중동개발이 본격화하면 관련부처를 총동원해 우리 기업들의 중동진출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좌담회 참석자 명단 이승훈 산업자원부 무역정책국장 김창래 대우인터내셔널 전무 홍성민 중동경제연구소장(사회) ▲홍성민 중동경제연구소장=이라크전이 종전으로 치달으면서 전후 복구비용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라크 전후 복구비용은 미국 연구기관의 연구자료를 토대로 300억~1,050억달러 정도로 추산된다. 예측치의 최소ㆍ최대 범위가 세배를 넘는 것은 그 만큼 전쟁 중에 복구비용을 산출한다는 것은 추상적일수 밖에 없다는 반증이다. 이라크는 지난 83년 IMF(세계통화기금)의 국가 금융진단을 거부한 이후 인구통계는 물론 GDP통계도 불확실해 정확한 경제적 통계를 산출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앞으로 5~10년동안 이라크 복구사업 이외에 중동 지역의 개발을 감안하면 수천억달러에 달하는 거대한 시장이 중동에 형성된다는 것이다. ▲김창래 대우인터내셔널 전무=이라크 전후 복구비용은 국내외 유명 연구기관들의 발표가 큰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이라크의 파괴시설을 복구해야 하고 중동 산유국들이 전쟁으로 미뤄왔던 공사발주와 수입품 상담을 본격적으로 재개할 것이다. 정부와 공조체계를 구축해 우리 기업들이 움직인다면 제2의 중동특수는 70년대 건설에 편중된 특수 이상의 효과를 유발 시킬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 ▲이승훈 산업자원부 무역정책국장=정부에서는 이미 이라크전 이후를 겨냥해 우리 기업들의 진출방향과 상품별 수출 전략 등을 수립했다. 우선 이라크전 이후 단기적으로는 소비재 상품과 건설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고 플랜트ㆍ유전시설ㆍ발전설비 부문에서도 중장기적인 수요가 상당할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그러나 대규모 공사의 경우 우리 기업들이 원청 수주를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 기업들이 미국ㆍ영국 기업들로부터 하청을 받을 수 있도록 외교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 이밖에도 중동 산유국들에 대한 수출 외교는 더욱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오는 29일에는 산자부 장관을 단장으로 한 민관합동 플랜트 수주단이 오만ㆍ이란 아랍에미리트를 방문하는 것이 한 예다. 이라크전이후 수천억달러에 달하는 전후복구와 중동개발 사업은 우리만의 몫은 아니다. 실질적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부터 차근차근 밟아나가 실리위주의 중동 진출 접근 방법을 펴나가도록 하겠다. ▲김 전무=최근 중동에 자동차ㆍ휴대폰ㆍ고급가전 등의 수출이 증가하면서 우리 상품에 대한 이미지가 무척 좋아지고 있다. 80년대만해도 중동에서 `한국산은 싸구려`라는 인식이 대부분이었지만 이제는 달라지고 있다. 건설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대중동 물품수출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전쟁이후 건설수요 못지않게 버스ㆍ중장비 수요도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얘기다. ▲이 국장=중동진출을 위한 기업의 `니드(Need)를 잘 알고 있다. 해외공관과 KOTRA무역관 등을 총 가동해 전후 미국의 대이라크 정책에 대해 정보수집을 활발히 진행중이다. 중동에서 가장 인기있는 스포츠인 축구를 활용, 우리 기업들과 연계된 축구대회를 중동 곳곳에서 열어 한국제품에 대한 이미지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오는 10월에는 KOTRA주관으로 바그다드에서 `한국 제품 전시회`가 예정돼 있으며 민관합동 수주단의 중동방문 회수를 하반기에는 더욱 늘리도록 하겠다. ▲홍 소장=지난 2월 이라크를 비롯한 중동 여러 나라를 다녀왔다. 중동을 갈 때마다 한국상품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는데 놀란다. 한국산 자동차(중고차포함)가 거리를 가득 메우고 휴대폰이나 가전제품역시 우리나라 제품이 고급품 반열에 올라섰다. 중동에서는 한국산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는데 우리 기업들이 너무 안이한 대응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중소기업들의 경우는 더욱 심하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대중동 수출을 위한 컨소시엄을 만들어 `소량 다품종`수출 기반을 만든다면 우리 제품이 중동 깊숙이 파고들 수 있을 것이다. ▲김 전무=개전 초 정부의 파병 결정은 전후 복구사업에 참여가능성을 높여주고 있지만 중동 소비시장에서 어떻게 평가 받을 것인가에 대해 의문이다. 신중한 검토와 전략이 마련돼야 한다. 중동지역에서 일고 있는 미국산 불매운동이 미국을 도운 나라에 대한 불매운동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국장=지난 1월 신국환 전 산자부 장관이 중동 우방국들인 쿠웨이트ㆍ사우디아라비아ㆍ카타르 등을 순방하면서 우리나라의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에도 윤진식 장관이 직접 중동을 기업인들과 돌며 수출 외교를 벌이는 것은 중동지역에서 발생할 수 있는 반한 감정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아무튼 민간 교류와 기술지원 등을 활성화해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개선시키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홍 소장=세계 경제질서는 기업이 아닌 국가주도로 변모하고 있다. 중동을 연구하면서 아쉬운 것은 지난 80년 최규하 전 대통령의 중동국가 방문 후 그동안 단 한차례도 대통령의 중동방문 정상외교가 없었다는 것이다. 우리기업들의 대중동 수출의 난제들을 쉽게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정상외교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김 전무=앞으로 대중동 수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차분한 접근이 필요할 것 같다. 아직 떡이 얼마만한 크기인지 정확하게 모른다. 너무 특수를 얘기하면 부담스러운 부분도 있다. 실리를 챙길 입지가 줄어들고 너무 돈얘기만 하다보면 장사꾼이라는 이미지로 전락할 수 있다. 기업들부터 중동진출을 위해 진지한 시장 접근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또 우리 기업들의 적지 않은 규모의 이라크 미수채권 회수를 위한 정부의 지원도 병행돼야 할 것으로 본다. ▲이 국장=앞으로 정부는 중동 수출 관련, 관계부처와 긴밀한 협조체계를 구축해 기업들의 지원책을 만들어 나가고 외교적인 부문에 있어서도 최선을 다하겠다. 기업들도 정보 공유가 필요하다. 우리기업끼리 과당경쟁이 있어서는 안된다. 그리고 미수채권 부분은 관계부처와 협의해 대응방안을 수립해 나가겠다. ▲홍 소장=앞으로 6개월, 길게는 1년이 지나야 이라크에 독자적인 정부가 출범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후복구사업은 서두른다고 큰 성과를 얻기는 힘들 것이다. 이라크의 정치적인 변화와 승전국들의 통치 논리를 면밀히 검토하면서 대응해 나갈 시기다. 다만 세계의 이목이 전쟁복구에 집중돼 있는 동안 이라크를 제외한 중동 산유국들과의 경제외교를 강화해 중동의 소비시장에 진출하는 전략을 마련하는 것은 바람직할 것이다. `제 2의 중동특수`가 실제로 우리 경제를 일으키는 원동력이 될 수 있도록 민ㆍ관합동으로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정리=한동수기자 bestg@sed.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