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서경 베스트히트상품] 한발 앞선 혁신 상품들 '소비 사냥꾼' 사로잡다

소비자들 마음 우선 읽고 급변하는 경기 상황 대처<BR>트렌드 보다 빠른 준비로 시장 주도 강자 자리매김



아이폰의 신화를 만들어 낸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980년대초 매킨토시 컴퓨터를 내놓았던 당시"시장 조사를 전혀 안 했다"고 말했다. 그는 가정용 PC붐 원조격인 제품을 내놓으면서도 시장 반응 같은 것은 염두에 두지 않았다는 말에 놀라는 기자들을 향해서 "그레이엄 벨이 전화를 발명할 때 시장조사를 했는가? 천만에! 나는 혁신을 바란다"고 잘라 말했다. 사실상 시장조사는 소비자와 제조기업의 예측수준에서 이뤄진다. 하지만 잡스는 소비자들의 원하는 바 보다 더 혁신적 제품을 사회 트렌드보다 한 발 앞서 예측하고 구상했다. 트렌드보다 몇 보 앞서 갈수 있다면 소비시장을 원하는 방향으로 리드할 수 있다. 그만큼 시시각각 변하는 시장에서 살아남을 확률도 커지는 것이다. 럭비공 같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 기업들은 쉼 없이 고민하고 뛰지만, 예측 불가능한 소비패턴은 정확한 통계자료와 성향 분석에 자신감을 갖고 덤빈 기업들을 여지없이 낙담하게 만든다. 불황 시기에 고가 제품 같은 과시형 상품들이 인기를 얻기도 하고, 가격은 높지 않지만 기능성을 갖춘 제품에 몰입하기도 한다. 주머니가 넉넉하지 않은 청소년들이 상대적으로 비싼 프리미엄 제품에 열광하기도 한다. 이 같은 소비자들의 변화무상한 씀씀이 패턴을 파악하고 그 보다 한발 더 나아간 상품과 서비스가 결국 히트 브랜드가 된다. 애플의 아이폰도 단순히 휴대전화에 PC기능을 가미하는데 그친 게 아니라 사용자, 개발자들이 같은 공간에서 즐길 수 있는 이른바 '애플 생태계'를 창조해 다른 IT주자들이 쉽게 따라올 수 없는 경쟁력을 확보한 점이 빅히트의 비결이었던 셈이다. 혁신적 상품의 전제는 기존 소비자들의 마음을 먼저 읽는 것이다. 사실 예측이 어려운 소비자들이 많아진 이유는 예전보다 제품과 기술에 대한 정보를 훨씬 많이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형 소비자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소비자들은 기업이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메시지에만 귀 기울이지 않고, 직접 상품정보를 습득하고 꼼꼼히 확인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이 같이 숨겨진 '보물'를 찾으러 다니는 것처럼 가격·기능·편리성을 두루 갖춰 소비가치를 높이는 제품을 꼭 집어 구매하는 이른바 '쇼핑시장의 사냥꾼'들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경기 상황이 급변하는 시기는 새로운 환경을 원하는 소비자로 인해 상품들의 물갈이 폭이 커진다. 세계 경제가 출렁이는 시기는 혁신기업, 혁신제품이 히트를 치는 시기와 맞물린다. 1990년대말 아시아지역 외환위기 때 세계최대 인터넷기업인 구글이 세워졌고 국내에서도 엔씨소프트, 네이버가 각각 98년, 99년에 등장해 IT시장을 뒤흔들었다. 애플의 아이팟이 시장에 선을 보인 것도 IT거품이 붕괴된 직후인 2001년이다. 결국 시장이 급격히 바뀌는 시기에 변화의 속도가 더 빨랐던 상품들이 어김없이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던 셈이다. 다만 새로운 상품과 시장변화에 민감한 소비자만을 겨냥할 경우 기존 고객기반을 잃은 우를 범할 수 있기 때문에 충성도가 높은 소비자들을 위해 만족도를 더욱 높이는 마케팅도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미국 하버드대 비즈니스 스쿨의 존 켈치 교수는 "불황과 같이 경기 변동 가능성이 클 경우 마케팅에 급격한 변화를 주는 큰 전략을 피해야 한다"며 "그보다는 기존 고객들에게 귀 기울여 함께 큰 변화에 대처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불안한 글로벌 경제 지표과 변수들로 기업들 운신의 폭이 좁아 질 때 모든 고객층에게 어필하려다가 든든한 지원군이인 기존 고객마저도 잃을 수 있다는 의미인 것이다. 서울경제가 '2011 상반기 히트 상품'으로 선정한 브랜드들은 소비자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는데 부족함이 없다는 데에서 앞으로도 소비 시장을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 여건 변화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서도 히트 대열에 이름을 올린 것은 가격이나 기능성에 초점을 둔 것에 그친 것이 아니라 소비 사냥꾼들의 마음을 읽고 빠르게 변하는 소비패턴보다 앞서 나간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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