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통신한국을 이끌 각종 신규 사업들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더딘 정책 결정과 과도한 규제들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휴대인터넷, 위성 및 지상파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인터넷전화(VoIP) 등 국내 통신 사업자들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추진하는 사업들이 정부 부처간의 갈등으로 지체되고 있다.
또 신규 유무선 결합 상품들도 지나친 규제로 서비스가 지연되거나 시장에 나오더라도`반쪽 서비스`로 전락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사업자들은 정부의 통신정책이 시장의 흐름에 맞도록 개선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부처 갈등으로 정책 제자리=신규 통신사업을 놓고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곳은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 두 부처는 위성DMB를 비롯해 디지털TV 등 통신방송융합시대를 준비할 법개정 문제를 놓고 의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도 양측은 디지털 TV 전환 일정 문제를 놓고 공개적으로 서로를 비난한 채 의견접근을 못 이뤄 서비스 일정만 더욱 더뎌지고 있다.
특히 통신 및 제조업체들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2.3GHz대역의 휴대인터넷 사업 또한 추진 일정이 제자리만 맴돌고 있다. 휴대인터넷의 경우 당초 정부는 기술표준을 올해 안에 결정하기로 했으나 최근 수요에 대한 설문조사를 들어 내년으로 늦췄다.
지난 상반기까지 마무리하려던 인터넷 전화 등을 포함한 종합 통신 식별번호 개선 문제도 내년으로 미뤘다. 일본과 중국은 인터넷(IP)전화가 급속히 보급되면서 영상전화시대를 열고 있는데도 한국은 제자리 걸음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통신과 방송이 하나로 묶이는 위성DMB도 정통부와 방송위가 사업 성격을 `통신이냐 방송이냐`를 놓고 줄다리기를 거듭해 올해안에 법개정이 어렵게 됐다.
SK텔레콤의 경우 이미 위성DMB법인을 설립하고 내년 3월 시범서비스 일정에 맞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SK텔레콤측은 다음달까지 법개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서비스 개시 일정을 늦출 수 밖에 없다며 위기감을 드러내고 있다.
한편 지난해 6월 논의가 시작된 통신사업자 분류제도 또한 당초 지난해까지 마무리짓기로 했던 방침과 달리 올해를 넘길 수밖에 없는 상태다.
◇과도한 규제가 의욕 꺾어=정부 당국의 시장 흐름에 맞지 않는 과도한 규제가 통신
산업 발전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 통신 규제는 주로 유무선의 지배적 사업자인 KT와 SK텔레콤에 집중돼 있다.
정부는 시장의 유효경쟁을 위해 규제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이로 인해 신규 서비스 제한과 소비자의 편의성이 약화되는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올해 초 이동전화와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연결시킨 KT의 `스윙`상품은 유무선이 하나로 묶이는 결합상품(번들링)이다. 당초 KT측은 이동전화와 초고속인터넷을 연동기능과 함게 가격할인까지 계획했으나 지배적 사업자의 결합상품판매 금지 규제에 묶여 결국 가격할인 없는 단순 상품으로 출시하고 말았다.
무선통신시장에서 지배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SK텔레콤의 경우 정부로부터 통신과 금융이 묶이는 새로운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으나 이동통신의 지배적 사업자라는 이유로 서비스 허가가 나오지 않고 있는 상태다.
◇시장흐름에 맞는 통신정책 시급=이처럼 통신시장이 컨버전스시대로 급격히 변화되면서 정부의 정책마련 지연과 지나친 규제는 결국 사업자들의 경쟁력 상실로 연결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높다.
특히 정통부와 방송위원회 그리고 산업자원부를 축으로 한 갈등의 지속은 신기술 및 정책을 위한 생산적인 진통보다는 점차 밥그릇 싸움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우려마저도 낳고 있다.
국내 통신업체의 한 고위 관계자는 “정보화시대는 옛날과 달리 각종 정책과 규제가 정형화된 게 아니라서 일정한 틀 속에 넣어서는 안된다”면서 “제도는 최소한의 규율만 정해주고 기술이 자유롭게 펼쳐질수록 정부는 방향 제시만하고 산업 자체를 촉진시키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명호 명지대 정보통신대학원 교수는 “통신산업의 경우 기술과 트랜드는 융복합화로 가고 있지만 정부 부처간 정책과 논의는 서로가 핵심사항을 공유하지 못하고 있는게 문제”라며 “통신과 방송의 융합이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부처간 통합 코어(핵심)형성을 빨리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별취재팀 ssa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