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비디오게임용 타이틀은 노다지?

비디오게임용 타이틀은 노다지? 국내 게임사들은 금광이 어디인지 알면서도 노다지를 캐지 못한다. 캐낼 연장도 없을 뿐더러 캐낸 노다지를 내다 팔 수 있는 길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 대부분은 금광 옆에서 구리를 캔다. 지난 80년대 도요타와 혼다가 미국 서부를 질주하기 시작했을 때 포드와 GM은 난리를 쳤지만 미국 정부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자동차 100대가 수입돼도 보잉사 비행기 한 대를 팔면 됐기 때문이다. 올들어 국내 오락실용 게임들이 일본에 수출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코나미 등 오락실용 게임기로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는 업체들은 신경이 쓰이겠지만 일본 정부는 무관심해도 된다. 소니와 세가가 비디오 게임기를 내다 팔면 되니까. 미국이 PC게임에 집중하고 국내 업체들이 온라인 게임을 막 개발하기 시작할 무렵 일본은 비디오 게임기에 신경을 돌렸다. PC게임과 온라인 게임은 이미 보급된 PC를 기반으로 하니까 잘만 만들면 파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비디오 게임기는 다르다. 몇 십만원 하는 비디오 게임기 자체를 우선 시장에 내다 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니는 가전으로 큰 돈을 벌어 비디오 게임기에 투자했다. 그렇게 탄생한 플레이스테이션이란 게임기 때문에 지금 일본 게임계는 보잉사를 가진 미국 못지 않게 기세등등하다. 현재 플레이스테이션은 전세계에 7,000만대가 깔려있다. 때문에 덩달아 재미를 보는 쪽은 플레이스테이션용 타이틀(게임)을 개발하는 업체들이다. 제대로 만들면 최대 7,000만장을 팔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타이틀 개발 업체들은 40~50억원은 보통이고 300억원이라는 막대한 돈을 들여 타이틀 개발에 몰두한다. 금광을 보고 노다지를 캐기 위해 연장을 사는 것은 당연하다. 국내 사정은 다르다. 비디오 게임기용 타이틀이 잘만 만들면 돈이 된다는 것을 누가 모를까. 하지만 기술이 없다. 그리고 국내엔 비디오 게임기용 시장이 없다. 잘 만들어도 수출이 되지 않으면 끝이다. 당연히 금광을 보고 그 옆에서 온라인 게임을 만들고 PC 게임을 만든다. 업체들만 탓할 일은 아니다. 일본 문화와 상품에 유난히 민감한 한국 정부는 유독 일본 상품에 대해서만 수입품 다변화 정책이라는 것을 만들어 수입을 규제한다. 그 것이 크게 완화된지 오래됐는데도 비디오 게임기는 아직 이 제도에 묶여 한국에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국내에 플레이스테이션이 100만대 이상 팔린 것은 공항의 입국 관리가 허술한 덕이다. 불법으로 깔린 100만대의 플레이스테이션 때문일까 아니면 해외 진출에 자신이 있기 때문일까 이도저도 아니면 정말 어드벤처(모험) 정신으로 똘똘 뭉친 게임벤처이기 때문일까. 서서히 국내 게임계에서도 비디오 게임용 타이틀을 개발하는 업체들이 생기고 있다. 목동 CBS 건물에 입주한 조이캐스트(대표 김형균)는 플레이스테이션1용 타이틀 개발을 끝내고 내다팔 유통사(퍼블리셔)를 물색하고 있다. 이 회사가 만든 '매닉 게임 갈(Manic Game Gal)'이란 게임은 다른 것은 몰라도 기술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자평한다. 누가 봐도 3D 그래픽은 일본 업체들 것과 비교해도 탁월하다. 그리고 맵이 변할 때 기다려야 하는 로딩 타임도 짧다. 일단 필요조건은 갖춘 셈이다. 신생 게임 벤처인 조이캐스트가 다른 업체들이 엄두도 못내는 플레이스테이션용 게임에 자신을 가진 것은 이 회사의 이한종 부사장 때문이다. 이 부사장은 회사만 옮겼을 뿐 이미 오래전 미국 게임사에서 비디오 게임기용 타이틀 제작을 해왔다. 조이캐스트가 이 부사장을 영입한 것처럼 개발자 한 사람을 데려오는 것이야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 국내에도 비디오 게임기용 타이틀 제작이 활성화 될 듯 하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게임을 만드는 일은 영화제작처럼 치밀한 기획과 마케팅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별로 자랑할 만한 기술도 흔치 않은 국내 게임계는 기획과 마케팅에 있어서는 바닥을 기고 있다. 특히 처음부터 해외 시장을 겨냥해 만들어지는 비디오 게임기용 타이틀 개발에 있어, 기획과 마케팅 그리고 유통사는 필수다. 타프시스템(대표 정한영)은 해결책을 밖에서 찾았다. 이 회사는 미국내 두 번째 유통사인 어크레임사와 손을 잡고 히트작인 '대물 낚시광2'를 플레이스테이션 등 비디오 게임기용 타이틀로 개발하는 계약을 맺었다. 잘만 만들면 어크레임이 판매를 보장한다. 유통사의 중요성은 소니와 세가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가 플레이스테이션, 드림캐스트, X- 박스 등 자사의 비디오 게임기용 타이틀 개발을 허가할 때 그 개발사가 어? 유통사와 손잡고 있는지를 1순위로 평가하는 것에서 잘 알 수 있다. 이제 막 새로운 시장에 진출한 국내 게임계는 기획과 마케팅에 탁월한 인재를 기르는 일이 시급하다. 아니면 개발력이 뛰어나 해외 유통사들이 먼저 군침을 흘리게 해야한다. 둘다 쉬운 일은 아닌듯하다. 김창익기자 입력시간 2000/11/09 17:07 ◀ 이전화면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