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S WE CAN`
남들이 불가능하다고 했고 사장과 임직원들도 힘들다고 생각했지만 끝내는 이루고야 말았다.
충북 청주산업단지에 있는 H&T(대표 정국교) 본사 건물에 들어서면 `YES WE CAN(우리는 할 수 있다)`이라는 문구가 눈에 바로 들어온다.
H&T를 부실기업에서 오늘날 성공기업으로 이끈 경영철학이 YES WE CAN이었고 앞으로 세계시장으로 뻗어나갈 경영이념도 YES WE CAN이 될 것이다.
97년 무리한 시설투자로 부도난 태일정밀과 태일정밀 자회사였던 뉴맥스 임직원들은 하루아침에 거리로 쫓겨나갈 신세가 됐다.
당시 뉴맥스 개발사업 본부장이었던 정 사장은 퇴출회사를 정리하는라 정신이 없었고, 현금이 없어 생산설비를 퇴직금으로 직원들에게 지급해야만 했다.
"회사와 직원들이 자포자기 상태에 빠져 재기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기존 직원들이 희망을 버리고 회사를 하나둘씩 떠나기 시작했고 남은 직원들도 앞날에 대한 불안감으로 휴업을 밥 먹듯이 해야 했습니다. 절망적이었죠" 정 사장은 아픈 시절을 돌이키며 담배 한모금을 길게 내뿜었다.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그는 삼성전자와 기존 거래처를 찾아 납품공급을 계속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고, 심지어 일본 마쯔시다 사장을 만나 눈물을 흘리면서 거래선을 끊지 말아달라고 빌기도 했다.
직원들에게는 경영이 정상화되면 퇴직금과 10% 이상 이자를 지급할 것이라며 `다시 한번 해보자`고 읍소했다.
결국 2000년 정 사장은 남아있는 직원들과 함께 신설회사인 H&T를 설립했다. 1,000명 이상 직원들을 떠나보내고 160여명으로 다시 시작한 것이다.
날밤을 새워가며 연구개발에 매달리고 전사원이 영업에 치중하면서 기존 거래처들이 하나둘씩 거래를 재개해주었고 특히 삼성전자는 H&T의 기술력을 믿고 자재공급 보증까지 서주면서 구매주문을 내주었다. 마쯔시다도 1,500만달러의 수출 주문을 내는 등 가시적인 성과가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했다.
컴퓨터 헤드 어셈블리를 생산하는 H&T는 설립 당해연도인 2000년 415억원의 매출과 18억원의 당기순익을 기록하면서 재기의 발판을 다졌다.
당시 경쟁업체였던 갑을전자, AMK 등이 잇따라 부도를 내고 쓰러지자 남아도는 공장설비를 싸게 사들여 생산 규모도 늘려나갔다.
중국 하얼빈에 현지법인을 설립해 연간 1,000만개(2억달러 규모)의 헤드 어셈블리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고 여기서 생산되는 컴퓨터 부품은 삼성전자를 통해 해외시장에 수출하고 있다.
정 사장은 "2001년 5,000만달러, 지난해 7,000만달러 수출탑을 수상하는 등 경영이 급속도로 개선되고 있는데 이는 부도의 아픔을 딛고 일어선 직원들의 땀과 눈물이 만들어낸 결과"라며 "올해에는 700만개 이상의 제품을 수출, 1억달러 수출탑에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매출 규모도 2000년 415억원에서 2001년 940억원으로 2배 이상 늘었고 지난해에는 1,150억원을 달성했다. YES WE CAN 정신이 부도난 기업을 3년 만에 매출 1,000억원 이상 회사로 살린 것이다.
신용평가사들도 투자적격 판정을 내렸고 은행들도 자금대출을 해줄 테니 돈 좀 빌려가라고 아우성이다. 최근에는 중국 모은행과 일본 투자사, 미국 은행 등이 잇따라 청주공장을 찾아와 지분투자를 제의했는데 주당 금액이 액면가의 30배수 이상이다.
H&T는 사업다각화를 위해 텔레매틱스 부품과 컨텐츠 개발에 온 힘을 쏟고 있고, 휴대폰 기능통합을 대비한 부품개발도 서두르고 있다.
"완제품은 대기업이 맡고 H&T는 부품소재 개발에 주력할 것입니다. 중소기업이 완제품을 개발해 성공하면 경쟁업체들이 생겨나는 것은 물론 대기업도 달려듭니다.
자연히 경쟁력을 잃게 되지요. 남들이 따라올 수 없는 특화된 부품소재 기술을 개발하고 응용한다면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정 사장의 경영철학에는 강한 자신감이 뭍어있다.
[인터뷰] 정국교 H&T 사장
"철저한 EMS체제 구축"
"H&T는 철저하게 전자제품 생산대행 서비스(EMSㆍElectronical Manufacturing System) 체제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대기업에 공급하는 전자부품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한편 일부 부품에 대한 연구개발은 다시 중소기업에게 맡기는 등 생산전문화를 도모하고 있습니다" 정사장은 국내 중소벤처기업들이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완제품을 생산하기 보다는 특화된 부품소재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H&T도 최근 텔레매틱스 사업에 진출하면서 연구개발을 담당할 수 있는 업체를 인수하고 수익을 배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와 함께 정사장은 `열린경영`을 실천한다.
"노조위원장을 당연직 감사로 선임, 임단협에 참석토록 해 회사의 경영실적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저는 임단협 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임원과 노조가 임금협상을 자율적으로 결정토록 합니다" 정사장의 열린경영 철학에는 `직원은 종업원이 아니라 파트너`라는 인식이 짙게 깔려 있다.
그는 "어떻게 하면 회사가 성공하는 지에 대해서는 아직 공부를 더 해야 합니다. 하지만 어떻게 하면 망하는지는 잘 알고 있습니다.
H&T가 연말에 다음회기 사업계획서를 만들면서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해 실적과 이익을 보수적으로 잡는 것도 이 같은 까닭에서다.
<서정명기자 vicsj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