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막 오른 AtO 시대] <4> 데이터, 마르지 않는 21세기 화수분

데이터 정복하는 자 글로벌 新금맥 캔다

IoT·웨어러블 기기 늘며 모바일 데이터 트래픽 향후 4년간 11배 폭증

수집·분석기술 날로 발전… 기업엔 거대한 사업기회 제공

각국 정부도 활용 앞다퉈 비용절감·수익창출 규모 2022년 4000억달러 달할 것




# 미국의 종합유통업체 크로거. 월마트에 이은 2위 유통업체지만, 식료품 소매와 슈퍼마켓 분야에선 1위다. 2,600개가 넘는 체인점을 통해 5,500만 명의 회원들이 무엇을 샀는지에 대한 데이터를 갖고 있다. 이 데이터를 여러 업체가 사간다. 크로거는 P&G, 네슬레 등 생활용품 업체로부터 매년 1,100억 원이 넘는 데이터 값을 받는다.

# 구글과 페이스북, 이베이의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 자산 가치는 1,250억 달러. 그런데 세 회사의 시가총액을 더하면 6,395억 달러(3일 종가 기준)가 넘는다. 전문가들은 두 숫자의 차이인 5,140억 달러, 약 565조 원의 가치는 검색 알고리즘과 특허 등 무형의 기술도 있지만, 절반 이상은 사용자와 고객들로부터 수집한 데이터의 가치라고 본다.


데이터가 세상의 중심에 우뚝 섰다. 글로벌 리서치 기관인 가트너의 피터 손더가든 수석 부사장은 "지난 15년간의 변화속도는 인류가 탄생했던 초기의 9,000년보다 더 빨랐고, 오늘의 세상은 지난 5년 전의 세상과 다르다"며 "21세기 석유인 데이터가 기업들에 중요한 기회가 되고, 결국에는 제대로 된 데이터를 가진 기업이 성공할 것"으로 확신했다.

모든 것이 연결되는 사물인터넷(IoT) 시대에 기업 경쟁력의 원천으로 데이터가 첫 손가락에 꼽힌다. 특히 모든 사물이 연결돼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제되는 만물제어(AtO·All to One) 시대가 다가오면서 이들이 쏟아낼 막대한 데이터는 마르지 않는 화수분이 될 전망이다.

◇모바일 데이터 트래픽 향후 4년간 11배 증가 = 전문가들은 데이터를 석유에 비유한다. 석유는 언제나 존재했지만, 19세기 산업혁명 이전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산업혁명을 계기로 석유의 활용가치가 높아졌다. 채굴 등 유전기술과 정제 등 석유화학기술의 발전으로 석유의 가치는 가파르게 상승했다.

데이터도 비슷하다. 석유처럼 이미 존재했던 것으로 전혀 새롭지 않다. 지금 새로운 것은 그것을 모으고 개발할 수 있는 기술이다. 스마트폰과 웨어러블, IoT 등 데이터를 모을 수 있는 기기들이 많아지고, 이를 분석할 수 있는 컴퓨팅 기술이 발전하면서 데이터가 돈이 되는 세상에 들어선 것이다.

현재 인터넷에 접속하는 기기 수는 120억대에 그치지만, 앞으로 10년 이내에 500억~1조 개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한다. 이에 따른 경제효과도 10조~20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인터넷 접속기기 수의 증가는 데이터 폭증으로 이어진다. 시스코는 전 세계 모바일 데이터 트래픽이 향후 4년간 11배 증가해 2018년에는 연평균 190엑사바이트(1EB=1,024PB)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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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수치는 지금 갖고 있는 스마트폰과 웨어러블 등만 계산한 것으로 사물인터넷 전체를 포함할 경우 데이터 트래픽은 폭증할 가능성이 높다. 오픈소스 IT 커뮤니티 위키본은 빅데이터 시장이 2013년 186억 달러에서 2017년 501억 달러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데이터가 석유처럼 글로벌 경제를 지탱하는 혈액 역할을 할 시대가 멀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데이터의 핵심이 수집과 분석을 통한 활용이라고 말한다. 또 데이터는 소비자에게 완벽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쪽으로 발전할 것으로 전망한다.

로라 마틴 니드햄앤코 애널리스트는 "데이터 자체가 돈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돈이 되기도 하고 안 되기 한다"며 "데이터로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수록 고객 충성도도 높아지고 수익도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2014년 대기업 70%가 외부에서 데이터 매입 = 사실 데이터는 이미 많은 분야에서 돈으로 인정 받는다. 빅데이터를 비즈니스에 녹이는 경쟁에 불이 붙었다.

IDC가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대기업의 70%가 외부에서 데이터를 샀고, 2019년에는 모든 기업이 외부 데이터를 구매하겠다고 답했다. 사는 기업이 늘면서 데이터를 팔거나 데이터로 정보를 만들어 돈을 버는 곳도 크게 늘었다.

정부도 데이터 활용에 적극적이다.

로스앤젤레스는 최근 4,500개의 신호 등을 하나로 묶어 데이터를 통제함으로써 교통 흐름을 원활하게 만들었다. 중앙 컴퓨터 시스템이 교차로에 설치된 센서와 카메라로부터 전달받은 실시간 정보를 분석해 교통을 통제해 평균 속도를 16% 가량 높인 것이다.

또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금융기관 등 125개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자의 35% 가량이 빅 데이터 구축에 1,000만 달러 넘게 투자했고, 75% 이상이 내후년까지 추가투자에 나서겠다고 답했다.

가트너가 지난해 9월 전 세계 302개사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5%가 데이터에 투자하고 있고, 투자 규모도 더 늘리겠다고 답했다. 이처럼 사회 각 분야에서 데이터를 활용한 경제효과는 막대할 전망이다. 시스코는 사물인터넷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비용 절감과 수익창출 규모가 2022년에 4,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처럼 데이터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언제 어디서나 감시당하고 분석 당하는 통제사회가 올 것이란 우려 섞인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김능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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