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재정부·금융위·한은 역할 뒤섞인 삼각관계

성장·물가·금융감독 싸고 경제 조타수들 엇박자<br>상대영역 침범해 갈등도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ㆍ한국은행 등 우리 경제를 이끄는 조타수들의 역할이 서로 뒤섞이면서 얄궂은 삼각관계가 연출되고 있다. 주로 경제성장에 무게를 두어온 재정부가 물가 안정의 총대를 메게 되는가 하면 정작 물가를 잡아야 할 한은은 대외 불안에 따른 경기둔화를 우려해 물가잡기보다는 성장유지로 무게중심을 이동했다. 금융ㆍ통화 당국 사이에서는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가계부채 해결을 위한 유동성 관리를 한은 측에 요청하자 김중수 한은 총재는 "미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면서 사실상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쓰기 어려움을 시사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한은의 지급준비금 적립 범위를 둘러싼 한은법 시행령 개정 문제 등도 불거지고 있어 재정부와 한은 간 갈등의 도화선이 될 소지도 크다. 여기에 감독체계를 둘러싼 금융위와 한은 간 신경전까지 중첩되면서 경제ㆍ금융 당국의 역할 구분이 점점 모호해지는 추세다.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한은이 물가 관리에 실패한 뒷감당을 정부가 떠맡는 처지가 됐다"며 "요즘에는 한은이 금융감독에까지 한눈을 팔고 있는데 본연의 물가관리 임무에 대한 집중력이 더 떨어질까 봐 걱정된다"고 하소연했다. 반면 한은 관계자는 "물가를 관리한다고 해서 가계부채 문제나 경기 불안 요인을 무시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고충을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지난 10여년간 주택수급 관리와 부동산투기 방지에 실패하면서 국민 주거비가 오른 게 물가 문제를 악화시킨 측면도 적지 않은 데 금리정책 실기론만 부각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금융위 역시 입장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금융위가 은행의 대출영업 등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는 것이 주택거래 활성화를 도모하려는 재정부와 엇박자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재정부가 국토해양부와 함께 서민 전ㆍ월세 대책의 일환으로 매입주택임대사업자 양성화 방침을 내놓는 순간 오비이락격으로 금융 당국의 압박에 몰린 주요 은행들이 일제히 신규대출을 중단하는 해프닝이 벌어진 게 단적인 사례로 꼽힌다. 물론 정부는 주요 정책 당국 간 공조를 강화하기 위한 채널 확보에 노력하고 있다. 재정부와 한은은 거시경제정책실무협의회를 월 1회씩 열기로 하는 등 정보 교류의 장을 넓히고 있다. 아울러 재정부와 금융위의 경우 교체 인사를 실시하고 있어 상시적인 물밑 소통이 가능하다. 다만 정책 당국들이 경제성장과 물가안정ㆍ금융감독이라는 세 가지 축을 놓고 각자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지 않으면 다양한 소통 채널도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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