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샘표가 2011년 출시한 연두의 판매량이 올 들어 급격히 추락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링크아즈텍코리아에 따르면 연두는 올 1월 액상조미료 시장에서 95.4%의 점유율을 기록했지만 대상(001680)과 CJ제일제당(097950)이 시장에 가세하자마자 점유율이 급감해 지난 7월에는 77.4%까지 떨어졌다. 경쟁사가 신제품을 내놓으면 점유율이 일시적으로 감소한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는 지적이다.
박진선 대표는 연두 출시 당시 10년 내 국내 매출 2,000억원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 1조원어치를 파는 핵심 제품으로 키우겠다고 장담했지만 연두는 출시 첫해 16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지난해에는 171억원에 그쳤다.
부동의 1위인 간장도 전략 수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아직 점유율 50%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여전히 양조간장보다 혼합간장에 매달리고 있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천연성분의 양조간장과 달리 혼합간장은 화학약품으로 추출한 산분해간장에 양조간장을 소량 섞은 인조간장의 일종이어서 원가가 양조간장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샘표는 B2B(기업간거래) 시장의 독보적인 점유율을 앞세워 간장 매출의 절반 이상을 혼합간장에서 벌고 있다. 국내 2위 간장업체인 대상이 양조간장만 생산하는 것과 대비된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양조간장이 차세대 간장으로 부상하고 있지만 신제품 개발이 아닌 2,000억원 수준의 내수시장 수성에만 안주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글로벌 무대에서의 성적표도 초라하다. 샘표가 국내시장에 안주하는 사이 글로벌 간장시장은 일찌감치 해외 진출을 통해 세계 최대 간장회사로 자리잡은 일본 기코만에게 주도권을 넘겨준 지 오래다. 지난해 샘표가 2,502억원의 매출을 올린 반면 기코만은 세계시장에서 3조3,383억원을 벌어들였다. K푸드 열풍으로 간장이 '매직 소스'로 불리는 등 한국 조미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오히려 일본업체가 반사이익을 보고 있는 것이다. 간장 명가인 샘표의 안주에 아쉬움의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잇따라 성장동력을 상실하면서 20년 가까이 샘표를 이끌고 있는 박진선 대표의 경영능력을 둘러싼 우려의 시선도 많아지고 있다. 할아버지인 창업주 박규회 명예회장과 아버지 박승복 회장의 뒤를 이어 1997년 사령탑에 올랐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사장은 2002년 미국 유학 경험을 살려 로스앤젤레스에 한식당 브랜드 '미스터김치'를 내고 글로벌 진출에 도전했지만 현지화에 실패해 이듬해 시장에서 철수한 바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방둥이 기업 샘표는 국내 1호 상표를 획득한 뒤 최초로 TV광고음악을 도입하고 주부 판매사원을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등 혁신과 변혁의 아이콘이었다"며 "국내 1위 간장업체라는 현실에 안주한 나머지 지나치게 보수적인 경영전략을 고수하면서 식품업계의 위상이 뚝 떨어졌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