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갑작스런 사망 소식이 전해진 19일부터 일본은 자국으로 예기치못한 불똥이 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실제로 북한의 미사일 사정권에 들어있는 일본은 김 위원장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후 즉각 긴급 안보회의를 소집하고 각 부처에 긴급태세를 지시했으며 북한의 국지적 도발에 대비해 안보 강화에 만전을 기하는 등 이웃 국가들 중 가장 부산을 떨었다.
김정은 후계 체제에 대해서도 일본은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포스트 김정일 체제를 이끌 김정은이 체제 단속을 위해 김 위원장의 '유훈 정치'를 받들어 권력 기반을 다질 가능성이 크다"며 핵 실험과 무기 수출 등 당분간 강경책을 펼칠 것으로 전망했다.
또 김정은이 2012년 강성대국 실현을 위해 군사 보폭을 넓히는 상황에서 미국ㆍ중국ㆍ한국이 일제히 지도자 교체를 앞두고 정책 역량을 국내에 집중시킬 경우 동북아 안보가 그야말로 시계 제로 상태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본 정부는 김 위원장의 사망으로 북한의 일본인 납북자 문제도 교착상태에 빠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납북문제를 주도하고 해결했던 김 위원장의 급사로 사실상 대화 통로가 끊겨 문제 해결이 더욱 어려워 질 것으로 우려하는 상황이다. 다급해진 일본은 납치 문제를 더욱 이슈화 하고 국제사회에 도움의 손길을 뻗치고 있다.
미국을 방문하고 있는 겐바 고이치로 일본 외무상은 19일(현지시간) 미국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납북자 문제 해결에 지원을 요청했다. 노다 요시히코 총리도 다음 주 중국 후진타오 국가 주석과 만나 납치자 문제에 관해 중국이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해주도록 요청할 방침이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김정은 후계체제 기반이 약하기 때문에 납치문제 해결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1977년 북한에 의해 납치된 요코타 메구미의 아버지 요코타 시케루씨는 산케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의 사망이 납치 문제 해결에 플러스가 될지 마이너스가 될지 모르겠다"면서도 "북한 내 혼란으로 납치 문제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을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조총련의 행보에도 일본은 바짝 신경을 세우고 있다. 일본 경시청은 김 위원장 사망 이후 조총련 내부의 권력 투쟁으로 재일동포 사회는 물론 일본 열도마저 혼란에 빠질 것을 우려해 경계 강화 태세에 들어갔으며 주요 조총련 본부에 경찰들을 배치해 혹시 모를 유혈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이 김위원장의 사망을 계기로 대북 영향력을 더욱 강화하고 있는 반면 일본은 국내 정책 및 외교 ㆍ안보 라인을 재검토해야 하는 곤란한 상황에 빠졌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