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정부가 만성적인 달러화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7개 대형 국유기업들에 보유 달러를 매각하라고 지시했다.
24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응우옌떤중 베트남 총리가 페트로베트남ㆍ베트남석탄공사(비나코민)ㆍ베트남식품공사(비나푸드) 등 7개 대형 국영기업들에 대해 보유외환을 은행권에 조속히 매각해 환시장 안정에 기여할 것을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총리는 성명에서 "(7개 기업은) 즉시 보유외환을 은행권에 매각하고 앞으로도 필요한 경우에만 외환을 매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 기업이 보유한 외환은 총 103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베트남에서 외환거래 규모가 가장 큰 비에트콤은행은 "국영기업들은 베트남의 주요 경제영역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업들"이라며 "이번 조치로 공식환율과 블랙마켓의 환율차이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베트남 정부의 이 같은 지시는 국영기업의 달러화 매각으로 시중에 달러화를 풀어 환시장 안정을 도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올 들어 신흥국들의 화폐가치가 상승하는 것과 달리 베트남은 경제악화로 자국통화인 동화의 약세가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 1년 내내 달러화 부족현상을 겪은 베트남은 11월 말 기준금리를 8%로 1%포인트 올리고 2008년 6월 이후 세번째 평가절하에 나섰지만 환시장 안정화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현재 베트남은 아시아 국가 중 유일하게 재정적자와 경상적자를 동시에 보일 정도로 경제상황이 악화돼 있다. 정부는 수출이 줄어들며 경제불안이 심화되자 재정을 풀어 적극적인 경기부양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올해 무역적자가 100억달러 이상으로 치솟을 것으로 전망되고 보유외환은 더욱 줄어들어 악순환을 가중시키고 있다. 베트남의 8월 기준 보유외환은 2008년 말보다 20% 이상 감소한 188억달러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