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중·일 협공받는 우리 경제


임용한


한국 경제가 또 위기라고 한다. 이번에는 중국의 추격과 일본의 양적완화에 의한 양면협공이다. 그동안 한국 경제를 이끌어온 전자·자동차·조선 등 한국의 대표 업종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이럴 때마다 등장하는 단어가 혁신이다. 여기서 질문이 이어진다. 혁신이란 무엇인가. 혁신은 왜 하기 어려운가. 작금의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혁신을 해야 하는가.

선도자·추격자의 어려움 공유 필요


먼저 위기의 성격부터 분석해보자. 모든 위기에는 단기적 요소와 구조적 요소가 있다. 혁신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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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조직에서 가장 극복하기 힘든 약점이 구조적 약점과 관습적 약점이다. 혁신은 이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가장 어렵기도 하다. 우리 기업의 구조적·관습적 약점이라고 하면 우리는 늘 고도성장기의 관행과 경험을 지적해왔다. 그러나 그것도 이제는 옛날 문제다. 지금의 문제는 우리가 과거의 경험을 회상할 때조차도 마이너 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우리 기업은 지금 중국이 우리에게 하듯이 일본과 선진국 기업을 벤치마킹하고 저임금 등 여러 방법으로 그들의 시장으로 확장하면서 성장했다. 지금의 중국 입장과 비슷한 경험은 기억하지만 당시 한국의 추격에 쫓기는 일본 기업의 사고와 경험은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절박한 사람들은 늘 자신의 시각과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하기를 좋아한다. 그러나 진정한 승리자는 어렵고 힘들 때도 쫓는 자와 쫓기는 자의 경험을 동시에 경험한다. 젊은 한신이 건달 생활을 할 때도 큰 칼을 차고 다니고 모친의 묘를 제후의 묫자리에 썼다는 일화는 많은 사람이 알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 이 일화의 교훈을 웅지를 품으라는 의미로 이해한다. 아니다. 한신의 본뜻은 메이저와 마이너의 사고·경험을 동시에 체험하는 것이었다. 그것이 그를 승자로 만들었다.

단기 혁신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구조적 혁신을 하지 못하는 것은 구조적인 혁신에는 단기적·가시적 처방과 혁신의 토양을 조성하는 장기적 노력을 결합해야 한다는 것을 잘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전쟁사에서 가장 획기적인 혁신의 사례로 마케도니아가 있다. 마케도니아는 그리스 북방의 야만국이자 약소국이었다. 테베에 인질로 잡혀가 있던 알렉산더 대왕의 아버지 필립 2세는 그리스 인들이 완전히 새로운 군사제도와 병법을 개발하고도 기존 사회의 신분질서를 파괴한다는 이유로 신전술을 외면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는 귀국한 뒤 양치기들을 불러 모아 이 전술을 가르쳤다. 양치기들은 혁신군대의 완벽한 토양이었다. 계급도 없으며 건강하고 고통에 숙련된 신체를 지니고 있었다.

교육·훈련 투자로 혁신토양 조성해야

그러나 오늘날의 혁신은 강한 힘을 가진 양치기를 만나는 행운을 기대할 수 없다. 혁신을 정착시키려면 더 잘 훈련되고 변화된 구성원을 만나야 한다. 사회적으로나 기업에서나 우리는 이런 투자와 교육에 소홀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너무 길고 지루한 방법이라는 불평이 나온다. 그러나 이것이 가장 빠른 길이다. 어떤 혁신도 토양 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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