非실명채·달러 사재기에 시중 뭉칫돈 몰려든다
증시침체에 종합과세·司正불안감 겹쳐… 자금왜곡 심화
증시침체에 내년도 금융소득종합과세 시행과 돈세탁방지법제정 등이 예고되면서 시중의 뭉치돈들이 비실명장기채와 달러 사재기에 몰리고 있다.
특히 지난 98년 발행됐던 비실명장기채의 경우 인기가 급상승하면서 '묻지마 채권'으로 불리고 있으며, 최근에는 가짜까지 심심찮게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금융계에 따르면 내년에 금융소득종합과세가 시행되는데다 대대적인 사정(司正)이 예상되면서 불안감을 느낀 사채업자와 거액재산가들이 무기명채권이나 달러 매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또 단기차익을 노린 투자수요까지 무개채와 달러매집에 가세, 가수요가 붙으면서 자금왜곡 현상이 심화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시중은행의 개인금융 담당자는 "고용안정채권이나 중소기업구조조정채권 같은 '묻지마 채권'을 구해달라는 거액 고객들의 요청이 있지만 대부분 사채시장에 이미 흡수돼 이를 구하기는 하늘에 별따기만큼 어렵다"고 말했다.
또 금융시장 불안에 따라 연말쯤 환율이 크게 오를 것이라는 소문속에 은행 또는 암시장에서 달러 사모으기 열풍이 불고 있다.
올들어 주식 및 벤처투자로 거액의 손실을 입은 '전주'들이 최근에는 안정성 위주의 투자처를 찾으면서 고유업무인 부실기업에 대한 고금리의 자금공급도 사실상 중단됐다.
사채시장의 한 관계자는 "B급 어음은 물론이고 A급 어음도 제대로 소화되지 않고 있다"며 "'큰손'이라고 불리는 전주들은 이미 시장을 떠나 사채시장의 자금규모도 크게 줄어들고 있다."고 전했다.
사설 펀드 등을 통해 프리코스닥 시장에 투자된 사채시장의 자금 30조원 가운데 증시 침체로 사채업자들은 10조~15조원 가량을 묶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일부 중견기업들이 급전을 조달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가 사라짐으로써 최근 시장에 일고 있는 자금경색 현상이 앞으로 더욱 심화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박태준기자
김민열기자
입력시간 2000/11/12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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