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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국악을 이용한 TV광고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국악과 교수 출신인 박범훈 중앙대학교 총장이 국악관현악단을 지휘하고 있는 LG의 이미지 광고도 그 중 하나다. 중학교때 트럼펫을 시작한 박총장은 서울국악예술고등학교와 중앙대학교를 거치면서 국악과 서양음악을 섭렵했다. 국악대학을 국내 최초로 설립하고, 국악교육대학원, 일반대학원 박사과정을 만드는 등, 국악의 체계화에 일획을 그은 그를 만나 국악이 처한 현실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국악이 대중화가 잘 안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국악이 대중화하려면 어린이들의 정서에 맞는 새로운 노래가 있어야 한다. 마흔이 넘도록 우리음악을 안 듣다가 갑자기 들으면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밖에 없다. 트롯이나 팝송만 듣다가 나이가 들어서야 우리 가락이 좋아지는게 문제다. 때문에 어린이들이 들어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그 안에 고추장ㆍ된장의 맛이 들어있는 음악이 만들어져야 한다. 새롭게 만들어지지 않으면 국악은 죽는다. 그래서 나는 제자들에게 국악에 새로운 것을 넣으라고 한다. 버터도 넣고 치즈도 넣으라고 한다. 다만 고추장만 빼놓지만 말라고 한다. 고추장은 바로 우리의 전통과 뿌리다. 우리 음악에 근본적인 철학과 특징을 많이 넣으면 우리 것 그대로 가 되는 것이고 너무 적게 넣으면 남의 것이 되는 것이다. 88올림픽때 나를 음악담당자로 쓴 이유는 서양사람이 공감하면서도 한국적인 냄새가 나는 새로운 곡을 쓸 것이라고 기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전파매체에서 국악을 외면하고 있다. 전파매체를 활용하지 못하면 대중화는 요원한 것 아닌가. “국악방송이 생겼고, KBS는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 다만 상업 방송들은 외면하고 있다. 그렇다고 어거지로 할 수는 없고…. 아마도 국악을 틀면 시청률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창극의 대중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내용면에서 문제가 있다. 극적인 요소도 부족하고, 반주에도 문제가 있다. 명성황후 같은 뮤지컬을 창극으로 만들면 어떨까 생각한다. 가야금병창도 유망하다. 나는 26년째 마당놀이를 작곡을 하고 있다. 그 것은 대중화를 위한 노력이다. 한국 국악의 사활은 창작에 달려있다. 새로운 국악의 세계를 열기 위해서 욕을 먹으면서도 나는 대중음악과 손을 잡았다.” -대중화를 위한 국악의 인적ㆍ물적 인프라는 갖춰져 있다고 생각하나. “그렇게 볼 수 있다. 해 마다 연 1,500명의 학ㆍ석사가 배출되고 있다. 오히려 과잉생산이 아닌가 한다. 국립기관에서 채용할 수 있는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 오히려 시장이 좁은게 문제다. 전공자들이 프로로 활동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대기업에 가서 연설을 할 때 마다 그들의 활용방안을 강조한다. 그런 인력을 잘 키워내야만 앞으로 희망이 무르익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