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외국계은행 빛좋은 개살구] 과중한 업무.비인간적 대우

외국계 은행 간부들은 한국인 노조원들을 「ANIMAL(짐승)」이라고 지칭하는가 하면 지난 추석연휴에는 노조 간부들에게 『껌이나 먹으라』고 비하하는 등 한국인 근로자들에 대한 비인간적 대우도 갈수록 극심해지고 있다고 외국계 은행 노조관계자들은 주장하고 있다.씨티은행 명동지점장 안재윤(37)씨의 자살동기는 과다한 업무스트레스라는 게 노조측의 주장이다. 겉보기에는 화려하지만 속내는 그렇지 않다는 얘기다. 익명을 요구한 씨티은행의 한 직원은 『창구에서 옆 직원이 자리를 비운 사이 고객을 가로채 싸움이 일어날 정도로 개인주의가 팽배하다』고 은행분위기를 전했다. 일반 사람들의 생각과 크게 다른 부분은 임금이다. 실제로 씨티은행 직원들은 국내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열악한 조건에서 근무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 노조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씨티은행에 갓 입사한 신입직원의 연봉은 2,000만원이 되지 않는다. 후발 은행의 초임과 비교해 1,000만원 가까이 차이가 나는 셈이다. 더욱이 시중은행은 직급이 오르면서 연봉이 대개 500만~1,000만원정도 올라가지만 씨티은행은 인상액이 단계별로 연봉의 1~2%에 불과하다. 더 큰 문제는 파견직원을 사용하는 문제다. 씨티은행은 사실상 모든 은행 업무를 파견근로자로 대체하고 있다는 것이 노조측의 주장이다. 이 은행 노조 조사에 따르면 씨티은행은 전체 600여명의 직원 가운데 180~200명이 파견근로자다. 방용석(方鏞錫) 국민회의 의원도 14일 중앙노동위원회와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대한 국회 환경노동위 국감에서 『씨티은행이 지난 6년간 정규직 고용을 회피한 채 불법적인 근로자공급업체로부터 파견근로자를 공급받아 사용해 왔다』며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인간적인 비하는 더욱 심하다. 다른 외국계 은행 노조위원장은 『지난 추석연휴 당시 일본계 A은행 간부가 「왜 매년 나오던 추석선물이 이번에는 없느냐」며 노조측이 해명을 요구하자 며칠 뒤 「이거나 먹으라」며 껌 12통을 노조간부들에게 던져줬다』고 분개했다. 외국계 은행 노조관계자들은 『외국계 은행이 선진 경영기법을 빌미로 한국적 정서를 무시한 채 한국인 근로자들을 비인간적으로 대우하며 교묘한 방법으로 노동력을 착취하고 있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기석기자HANK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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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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