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모바일 투표의 이상과 현실

"여론에 앞서도 조직을 실어 나르는 덴 도리가 없네요."

민주통합당의 비례대표 의원으로 이번 4ㆍ11 총선에서 서울 마포을 당내 경선에 나섰다가 패배한 김유정 의원의 말이다. 그는 지역위원장을 지내며 조직을 다져온 정청래 전 의원(공천 확정)에 막혔다.


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조직 동원 선거를 막기 위한 방안으로 모바일 투표를 도입했다. 모바일로 보다 많은 유권자를 끌어들임으로써 조직 동원의 힘을 약화시키도록 하겠다는 발상이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결과는 '수단(모바일 투표)은 조직을 이기지 못한다'는 정치권의 평범한 사실을 다시 한번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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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당내 경선 과정에서 현재까지 공천권을 거머쥐지 못한 현역 지역구 의원은 조배숙ㆍ박우순ㆍ최종원 의원 등 3명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박 의원을 꺾은 김진희 후보는 강원도의회 지방의원, 최 의원을 꺾은 김원창 후보는 정선 군수를 지내는 등 지역 조직 기반이 튼튼한 인사다. 조 의원을 꺾은 전정희 교수도 여성 신인 가산점(20%) 덕분에 겨우 공천을 받았다.

모바일 투표의 이 같은 한계는 사실 일찍부터 예견돼왔다. 최근에 만난 당내 중진 의원은 "모바일 투표는 참여도가 높아 조직 힘을 떨어뜨릴 수 있는 선거엔 유용할 수 있지만 흥행이 되지 않는 선거엔 조직을 동원하기 더 쉬운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 참여 없는 국민참여경선은 그것이 모바일이라는 편리한 수단을 구비했다 하더라도 또 다른 모습의 조직 선거로 변질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선거사에서 계속돼온 조직 동원 선거, 금권 선거를 막아보겠다고 하는 민주당의 시도는 평가받을 만하다. 그러나 모바일로 많은 유권자를 끌어들여 조직 동원을 없애겠다는 생각은 아직까지는 '이상'에 그치는 듯싶다. '정치 현실' 속에서 유권자들은 아직 한 정당의 지역구 후보를 뽑는 데 또 다른 노력을 기울일 만큼 여유롭지도, 열성적이지도 않다.

유병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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