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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자녀를 둔 주부 김미숙(38)씨는 걱정이 앞선다. 평소 밥도 잘 안 먹고 감기도 자주 걸리고 알레르기 비염을 달고 사는 아이가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김씨는 "유례없는 황금돼지띠 열풍으로 올해 초등학교 입학생들은 가뜩이나 경쟁이 치열할 텐데 아이가 학교 생활을 잘 버텨낼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훌륭한 운동선수들도 본 경기 훈련에 앞서 기초체력 훈련을 철저히 한다. 아무리 기술이 뛰어나고 실력이 좋아도 기초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장시간 진행되는 경기에 집중하기 힘들고 부상의 위험도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학교 생활도 마찬가지다. 본격적인 단체 생활인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체력(건강)'이다.
전문가들은 입학 때까지 한 달여 남은 예비 초등학생들의 건강체크 항목으로 시력과 치아 상태, 알레르기 비염, 배변 습관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볼 것을 당부한다.
초등학교 입학시기의 아이들은 유치가 빠지고 영구치가 나오므로 치아관리를 신경 써야 한다. 입학을 앞둔 지금이 치아점검을 위한 최적기다. 가까운 치과에 들러 충치 여부와 함께 올바른 치아발달이 진행되고 있는지를 알아봐야 한다. 아이가 치과 가기를 두려워 한다면 소아전문 치과를 찾아보는 것도 좋다. 특히 첫 번째 영구치인 여섯 번째 어금니는 치주 모형의 기본이 되므로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부모들 중에는 한 번 빠질 유치라 해서 충치가 있어도 방치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올바른 치아배열과 구강건강을 해칠 수 있다. 유치는 영구치가 자랄 보금자리이기 때문에 상한 유치를 그냥 두면 새 영구치의 정상적인 성장을 방해한다. 또 아픈 충치 쪽 어금니 대신 다른 쪽으로만 음식물을 씹다가 턱관절에도 이상이 생겨 발음상의 문제와 균형 잡히지 않은 턱뼈 성장으로 얼굴 모습도 변하게 한다. 유치에 충치가 생기면 조기에 보존적 치료(아말감이나 레진 치료)를 받아 온전하게 유치가 자연스럽게 영구치로 대체되도록 한다. 당분이 많고 끈적한 인스턴트류를 자주 먹는 잘못된 식습관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충치예방을 위해 어금니의 치아 홈을 메워주는 '실란트'를 해주는 것도 좋다. 최근에는 실란트도 보험이 적용돼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시술 받을 수 있다.
치아 다음으로 신경 써야 할 것이 시력이다. 시력은 학교생활에 적응하는 데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평소 시력에 이상이 없어 보이는 자녀라도 안과를 찾아 눈 상태를 꼼꼼히 점검하는 것이 좋다.
시력은 9세 전후로 완성되는데 요즘은 일찍부터 컴퓨터와 스마트폰 등의 사용으로 일시적으로 시력이 떨어진 '가성근시' 증상을 보이는 아이들이 많다.
무조건 아이가 눈이 안 보인다고 호소한다고 섣불리 안경점에서 안경을 맞추지 말고 안과를 찾아 가성근시 여부를 확인하도록 한다. 가성근시의 경우 적절한 치료만으로 시력이 회복될 수 있다. 또 약시와 사시(사팔뜨기)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 사시는 학습에 장애가 될 수 있음은 물론 친구들에게 놀림의 대상이 될 수도 있는 만큼 치료를 서둘러야 한다. 약시는 10세 이전 발견하면 정상 시력으로 돌아갈 수 있어 안경착용을 피할 수 있으나 때를 놓치면 완전 회복이 어렵다.
이주연 한림대성심병원 안과 교수는 "부모들은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 후 눈이 갑자기 나빠졌다고 생각하지만 이미 가지고 있었던 굴절이상이 유아기의 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았을 뿐"이라며 "만 4세의 안과 검진시기를 놓쳤더라도 입학 전에 반드시 안과 검사를 받고 필요한 경우 안경을 착용해서 안경에 익숙해진 후 입학하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눈을 보호하기 위해 평소 바른 습관을 들이는 것도 중요하다. 엎드려서 책을 보거나 차 안에서 책을 보는 것도 근시를 유발할 수 있어 피해야 한다. 컴퓨터 모니터는 40㎝ 이상 떨어져서 보는 것이 좋고 눈 건조증을 최소화하기 위해 30분마다 5분 정도씩 휴식을 취해야 한다.
단체생활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 중 하나가 다름 아닌 화장실 문제이다. 혹시 아이에게 변비가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입학 전 아이들의 경우 놀이에 집중하다 보면 화장실에 가는 것을 잊어버리거나 참는 경우가 많다. 입학 후에는 학교 화장실이 익숙하지 않아 변을 참는 아이들이 일시적으로 많이 발생한다. 입학 전에 규칙적인 배변습관과 올바른 화장실 사용법을 교육시켜야 한다.
햄버거나 피자 같은 패스트푸드를 선호하는 식습관도 변비의 원인이 된다. 패스트푸드를 많이 먹을 경우 변이 딱딱해지는데 굳은 변은 배변 시 통증을 유발하고 아이들이 더욱 변을 참게 되는 변비의 악순환을 부른다. 심해지면 결국 변을 참지 못하고 속옷에 지리는 경우도 생긴다. 따라서 취학 전 변비를 예방하기 위해 채소와 과일 섭취를 늘리고 적절한 신체활동을 통해 장운동을 활성화시켜주는 것이 좋다.
아이가 알레르기 비염이 있다면 비염 관리도 시급하다. 조백건 평촌 함소아한의원 대표원장은 "비염은 긴 시간 수업을 위한 집중력을 방해할 뿐더러 코를 훌쩍거리는 증상이 산만한 성격으로 만들기도 한다"며 "특히 초등학생 때 비염이 관리되지 않으면 성인까지 오래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윤경 고대 안산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추운 겨울이라도 실내 환기를 자주 하고 아이들이 잘 만지는 커튼·카펫·쿠션·봉제인형 등 먼지가 쌓이기 쉬운 것은 세탁해두거나 아예 치우는 것이 좋다"며 "애완동물도 아이에게 알레르기가 있다면 실내에서는 키우지 않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아이의 건강상 부족한 점에 맞춰 영양제로 균형을 맞춰주는 것도 좋다. 눈 건강을 위해서는 루테인과 안토시안 성분의 비타민제를 챙겨주면 좋다. 편식이 심하다면 아연성분이 함유된 영양제를 먹이고 뼈와 성장을 중시한다면 칼슘, 알레르기가 있거나 장 건강 등 기본 면역력을 위해서는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 특별히 부족한 증상이 없다면 종합비타민 정도가 좋다. 미네랄은 음식으로 섭취해도 흡수량이 많지 않으므로 영양제(건강기능식품)에 미네랄이 함유된 제품으로 보충해주는 것이 성장에 도움이 된다.
자녀가 학교 생활에 대한 부담감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수 있는 만큼 이를 완하시켜주려는 부모들의 노력도 중요하다.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은 학교 차원에서 '줄넘기'를 권장하는 만큼 자녀들과 함께 줄넘기를 같이 해보는 것도 좋다. 남자아이라면 축구나 농구도 좋다. 햇볕이 좋은 날은 30분~1시간 정도 바깥에서 뛰어노는 것이 좋다. 신나게 뛰어노는 것 자체가 면역력을 강화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또 활발하게 움직이는 활동 자체가 새로운 단체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자신감을 심어주고 두뇌에도 좋다.